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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부터 노동시간 단축 선보여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칼퇴근’의 대명사로 알려진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실제로는 평균 오전 8시 24분에 출근해 오후 7시 49분에 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당 49~5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근로로, 관련기관의 긴급한 자료 요구와 인원 부족 등의 원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정책 방향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사무직의 근로시간 실태와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15개 중앙부처 공무원 303명, 18개 공공기관 소속 종사자 308명 등 총 611명을 대상으로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며 11일 밝혔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 2항에 따르면 대부분의 공공부문 종사자에게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규정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제 출퇴근시간을 조사한 결과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평균 오전 8시 24분에 출근, 오후 7시 29분에 퇴근해 하루 근무시간이 10.4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점심시간을 더하고 출근 소요시간(0.742시간)과 퇴근 소요시간(0.778시간)을 합하면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직장 생활 총 시간은 일평균 12.92시간인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평일에는 가족이나 자기계발, 가사노동이나 육아를 위해 쓸 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근횟수에 대한 항목에서는 ‘주3회 야근한다’는 응답이 26.4%, ‘주2회’는 20%로 나타났다.

야근횟수와 평균 초과근무시간, 조기출근 등을 감안하면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일평균 초과근로시간은 1.39~2.4시간, 주당 근로시간은 휴일근로를 제외하더라도 49~52시간에 달해 국제적 장시간근로 기준인 주 48시간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간외 근무의 원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관련기관의 급박한 자료 요구 등’이라는 응답이 64.5%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이어 ‘인원부족으로 인한 업무 가중(52.2%)’ ‘동료부담 우려 휴가 자제(38.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간외근로수당 수입이 중요하다’는 항목도 34.8%에 달했다. 근로시간 행태를 유형화한 항목에서도 공무원의 17.2%와 공기업 종사자의 5.5%가 ‘잔업수당 취득형’으로 분류되는 등 수당을 목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행태가 일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은행이나 제조업 근로자들보다는 적게 일하지만 공무원과 공기업 근로자들도 만성적인 장시간 근로를 한고 있다”면서 “이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일-생활 양립’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용천 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들의 퇴근시간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며 장시간 근로가 당연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에 반해 지방부처는 민원이 적게 들어오는 등 중앙부처보다는 나은 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인력이 부족하고 일이 많은 이유라면 그것 역시 문제겠지만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등 업무 관행과 문화에 이상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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