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일본이 조선인 징용자들의 한이 서린 미쓰비시(三菱) 나가사키(長崎)조선소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6일 규슈‧야마구치 근대화 산업 유산군 세계유산등록 추진협의회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 3일 도쿄에서 일본 정부의 세계유산 관련 전문가회의가 처음 개최됐다.
이 회의는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처럼 가동 중인 공장을 산업분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위원으로는 구도 노리카즈(工藤敎和) 게이오대 명예교수와 히에다 히사시(日枝久) 후지TV 회장 등 22명을 위촉했다.
이들은 내년 가을까지 후보를 추려 2015년 여름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력 후보로는 미쓰비시 조선소(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와 신일본제철 야하타(八幡)제철소(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미이케(三池)항(후쿠오카현 오무타시) 등이 있다.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었던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도 언급되고 있다.
일본은 규수‧야마구치 지역에 있는 조선소나 제철소‧탄광‧항구 등이 근대화의 초석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침략을 당했던 주변국은 정반대의 의미가 담긴 곳이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을 치르던 중 수많은 조선인을 미쓰비시 조선소에 끌고 가 군함을 제작하게 했다. 1945년 8월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조선인 4천 700명 중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다른 시설도 마찬가지로 조선‧중국인과 연합군 포로들이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한 곳이다.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할 때 이 같은 역사에 대한 처리방안은 아직 불투명하다.
일본은 2009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규슈‧야마구치 근대화 산업 유산군’을 올릴 때 침략과 관련된 역사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은 비(非) 서구 국가로는 최초로 산업 근대화에 성공했고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유산군은) 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적 가치가 있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