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을 둘러싸고 불교-개신교계 분위기가 심상찮다.

지난 5월 인권위와 종자연은 ‘종교차별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용역에 대해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등 개신교계 언론은 “종자연은 불교단체”라며 종교차별 연구 용역을 불교단체인 종자연에 맡긴 것은 종교편향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개신교계 여론은 들끓기 시작해 개신교계 단체들은 줄줄이 성명을 발표하며 종자연과 인권위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종자연은 이달 4일 한 달여 동안의 장고를 마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종자연은 개신교계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격에 돌입했다.

본지는 이번 시비의 원인이 된 ‘종교편향 여부’를 살펴보고, 개신교계의 빗발치는 비난에도 왜 종자연이 근 한 달간 아무런 대응이 없었는지 알아봤다.

 “종교차별·정교유착 문제 머리 맞대 공동 대응하는 것이 사회통합 기여”

▲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의 ‘종교차별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에 대한 용역 계약 체결에 개신교계 반발이 거세다.

지난 5월 계약 체결 후 6월에는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등 교계지가 비판기사를 잇달아 게재했다. 이에 교계 여러 단체는 종자연이 불교단체라고 주장하며 “인권위가 종교편향 행정을 했다”고 맹비난했다. 6월 19~27일까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교계 5개 단체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은 더욱 확산됐다.

이달 3일에는 조선일보에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종자연은 그동안 교계지의 미니인터뷰에 단발적으로 응하긴 했지만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한 달여 동안 장고를 거친 종자연이 4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본지는 종자연 박광서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논란의 내용을 되짚어봤다. 그는 “(개신교계의 종자연에 대한 편파가) 너무 지나쳐 왜곡되게 각인되고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든다”며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있거나 없거나, 어떤 종교를 믿느냐에 따라 불편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고 밝혔다.

“불교계 인사 중심이지만
종단 후원은 말도 안 돼

개신교계 인사 중심의
학자연과 2008년 통합

개신교 단체 활동 환영
함께 종교차별 대응 원해”

박광서 대표는 개신교계의 비난여론에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데 대해 “최근 1개월여 동안 국민일보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계 언론 및 단체들의 종자연에 대한 도가 넘는 공격과 음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자중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개신교계의 도발에 반응하게 되면 인권위 용역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고,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5월 16일 종자연은 인권위와 ‘종교에 의한 차별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용역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재 종자연은 오는 9월까지 학교와 종교시설, 관공서 등 모든 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 종교차별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또 종교차별에 대한 정의‧개념 확립, 실태조사와 문헌 연구, 통계 자료 수집,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반면 개신교계는 종자연이 ‘불교단체’라면서 인권위가 특정 종단에 속한 단체에 종교차별 관련 연구 용역을 맡긴 것은 종교편향적 처사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로써 종자연은 더욱더 개신교의 입지를 축소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박광서 대표는 해명에 나섰다. 박 대표는 “그들(개신교인)의 무리한 주장에 계속 침묵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다”고 입장공개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 개신교계에서는 종자연이 불교단체라는 점을 문제시하고 있다. ‘종자연’은 어떤 단체인가.
“종자연은 불교계 인사 중심으로 시작됐다. 당연히 불자들의 심정적 성원과 물질적 후원이 힘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좁게는 박광서 개인, 정확히는 재가연대 임원들의 확신과 원력으로 출발했기에 우선 불교계를 향해 관심과 후원을 요청한 것이다. 종단이 뒤에서 주도면밀하게 추진한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 종단들이 그럴 만한 능력과 여유가 있었다고 보지도 않는다.”

― 종자연의 종교편향 연구 사례를 보면 개신교의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개신교계가 반발하는 부분이 많다. 왜 개신교의 종교편향 사례만 주로 문제 삼고 연구를 했는가.
“종자연 활동은 2005년부터 참여불교재가연대 내 소수의 불자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2004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종교 관련 3대 사건, 즉 MB의 ‘서울시 봉헌 발언(2004년 5월 30일)’, 정장식 시장의 포항시 재정 1% 성시화운동 사용계획(2004년 5월 30일), 서울 대광고등학교 강의석 군 예배강요 거부선언(2004년 6월 16일) 등이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지고보면 종자연은 개신교가 탄생시킨 단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강의석 군 사건은 학생회 임원이 되려면 개신교인이라야만 된다는 학칙(당시 인권위 권고로 즉시 수정됨), 예배강요 등 학생의 기본권 침해여부로 사회적 관심이 아주 높았던 사건이었다.”

― 그렇다면 개신교 때문에 없어도 되는 단체가 설립됐다는 것인가.
“개신교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왜 이런 단체를 만들어서 해결하고자 했겠는가. 문제를 일으킨 데 대해 자성을 해야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 개신교계에서는 종자연이 불교단체이기 때문에 주로 개신교의 문제점을 연구하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한다.
“개신교에서는 ‘문화재 관람료’ ‘템플스테이 지원’ ‘연등회’ 등 불교지원 문제는 왜 안 다루느냐며 종자연이 개신교만 공격하는 불교단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종자연은 분명히 ‘종교자유(종교인권)’를 보호하고, ‘정교분리(종교권력)’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종교의식이나 종교행위를 하지 않는다. 종교단체도 문화·환경단체도 아니다. 특정종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는 더더욱 아니다.”

― 불교계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는가.
“종자연 활동 목적에 부합한다면 얼마든지 불교 관련한 문제도 다뤘고, 다룰 것이다. 지난 2010년 부처님오신날 ‘충주시 봉축탑’ 사례가 대표적이다. 충주시가 시 예산 4300만 원을 들여 칠층석탑 모형을 세웠고, 국민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이를 철거하라고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 현재 개신교계의 반발이 거센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면.
“종자연이 불교단체라고 생각돼 부담스럽다면, 개신교계 인사들 중심으로 유사한 활동을 할 단체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아니 오히려 환영한다. 종자연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위헌적 종교차별과 정교유착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 회복과 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5년 이후 종자연 활동 초기에 같이 활동했던 ‘학교 종교 자유를 위한 시민연합(학자연)’이 그러했다. 학자연은 개신교 인사들 중심의 단체로 개신교계의 지원을 받았다. 종자연과 학자연은 이질성보다 동질성이 많았고, 특정종교에 치우치지 않은 공적인 목적과 활동에 집중한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나서 2008년도 말에 통합했다. 이는 종교시민운동사에 흔치 않은 좋은 사례라고 자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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