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참 많이 부르고 들어 보던 구호다. 언제나 부를 때면 우리의 심장을 두들겼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통일에 대한 그리움과 소망이 우리의 목적이었고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는 소망도 목적도 아닌 하나의 추억이 되고 말았다. 물론 통일에 대한 그리움과 소망이 희석된 데는 동족상잔(同族相殘)으로 인한 적대의식, 또 하세월과 함께 ‘통일’이란 현실을 악용하려는 일부세력으로 인한 의미 축소와 당위성 변질, 그리고 변하지 않는 북한 정권의 적화야욕성이란 이유가 분명히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통일은 작금의 상황과 같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우유부단한 분위기는 마땅히 수정돼야 한다. 왜,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이요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대적 통일이 이뤄지기 위해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연 뭘까. 그 답을 얻기 위해 우리와 유사한 입장에 놓여 있던 독일의 통일을 먼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독일 통일의 시대적 배경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통해 우리의 통일을 가늠해 볼 필요가 분명 있을 것 같다.

1961년 8월 13일에 만들어진 베를린 장벽으로 인해 갈라진 동독과 서독은 28년 만인 1989년 11월 9일에서야 자유왕래가 시작되면서 서서히 베를린 장벽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수 있었던 데는 당시 시대적 상황이 맞아떨어졌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독일 통일 이전까지만 해도 동유럽은 레닌과 스탈린, 흐루시초프로 이어온 구소련의 강력한 공산체제 하에 귀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개혁, 개방, 민주화, 경제발전에 관심과 시동을 걸면서 냉전체제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은 베를린 장벽의 자유왕래를 가능케 했고, 급기야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수상은 1990년 3월 실시한 구 동독의 마지막 총선에서 동독 기민당(CDU)을 승리로 이끈 후 서독과의 협상을 통해 독일 통일을 실현해냈다.

그 여세를 몰아 동유럽의 혁명은 시작됐으며, 1991년 체코슬로바키아에 이어 구소련(소비에트연방공화국) 나아가 유고슬로비아는 드디어 공산정권을 해체시켰다. 그리고 1992년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냉전종식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외에도 독일이 통일될 수 있었던 요인은 많다. 독일은 지형적으로 볼 때 유럽의 한 중심에 있다. 따라서 독일이 갈라짐으로 유럽자체가 갈라졌다는 인식을 유럽은 갖게 됐고, 이러한 생각이 여론을 형성해 독일 통일의 분위기로 몰아갔던 것이다.

또 내적으로도 독일통일은 위로부터의 계획이 아닌 국민적 차원에서 아래로부터의 간절한 염원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며, 뿐만 아니라 분단 후 단 한 번도 연결고리가 끊어진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우편교환과 전화통화가 가능했으며, 서독의 각종매체 청취도 가능했다는 점 등 분단 상태에서도 끊임없는 교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독일 통일의 근간이 됐으며 지구촌 냉전종식을 이끈 고르바초프 대통령에 대해 관심이 가진다.

당시 냉전을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또 한 사람이 있다면 서방세력을 이끈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 대한 비화가 얼마 전 고(故) 레이건 대통령의 100회 생일을 맞아 그의 아들에 의해 밝혀졌다. 아들에 의하면 고르바초프는 원래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었다고 한다. 외조부와 친조부로부터 신앙이 시작됐으며, 이러한 고르비의 신앙이 레이건과 친구가 되게 했고 결정적 평화주의자로 성장시켰다는 얘기다.

아들 마이클 레이건은 “두 사람은 조국도 사상도 달랐지만 인류를 향한 계획과 목적을 갖고 계신 하나님을 믿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며, “하나님께서 그런 두 사람이 냉전체제 종식을 위한 협력자가 되게 했다”고 회고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냉전종식뿐만 아니라 독일 통일을 이끈 메지에르 전 동독 수상 역시 크리스챤이었다는 사실에 섬찍함마저 들게 한다. 그리고 그 역시 독일 통일은 “모두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섭리가 있어야 한다”고 고백했다.

또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소련과 동독의 최고 권력자이면서도 자신의 종교를 숨기며 때를 기다린 이 두 거목의 지혜와 인내에 왠지 숙연해짐을 숨길 수가 없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 통일이 이뤄지기 위해선 시대적 상황과 주변의 외적․내적 요인이 형성될 때 가능함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은 독일 통일의 상황과는 너무도 다르며 불리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독일 통일은 국민들의 염원이었으며, 그 염원에 신이 함께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돌아 볼 것은 FTA 반대를 위해서는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통일을 위해선 수수방관하는 우리를 봐야 한다. 과거 독일 통일은 주변 상황이 통일을 할 수밖에 없게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주변국의 외적 상황이나 기득 수구세력의 현실 안주는 통일의 방해요소일 뿐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자명하다. 위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 힘을 합쳐 통일 가능한 상황과 환경으로 만들어 가야 하며, 학교나 가정에서부터 통일의 개념과 당위성을 가르쳐야 한다.

독일의 분단이 곧 유럽의 분단과 같았다는 당시 유럽인들의 분위기가 있었듯이, 이 시대는 한반도의 통일 없이는 세계평화광복은 요원하다는 분위기가 이 지구촌에서 일어날 때, 통일의 그 날도 앞당겨질 수 있음을 온 국민은 물론 온 세계가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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