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국악비보이' 플라잉코리언이 인터뷰를 마친 뒤 다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국악과 힙합의 융합 ‘국악비보이’ 新한류코드로
선두주자 ‘플라잉코리언’ 의상에 안무까지 전통적인 것 가미
미국ㆍ아시아 등에서 공연 “유럽도 진출하고 싶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우리의 B-Boy(비보이)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춤 실력을 자랑한다. 이 같은 춤 실력에 우리 국악을 곁들인 비보이가 국내외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단순히 국악과 현대의 힙합문화를 접목한 게 아니라 민요 선율에 힙합비트를 잘 어우러지게 한, 새로운 시도를 한 최초 국악비보이 그룹 플라잉코리언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지하연습실에서 만나봤다.

힙합 패션이 아닌 우리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이들. 열심히 연습을 마치고 난 뒤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플라잉코리언의 결성 계기는 무엇인지.
“플라잉 코리언은 국내 최초 국악비보이 그룹이고 국악을 현대적으로 대중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비보이는 대한민국이 최고다. 하지만 비보이 문화는 서양의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것으로 최고가 되고 싶어 국악비보이를 기획하게 됐다. 국악과 현대의 힙합문화를 접목시켜서 우리나라의 자긍심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팀이라 할 수 있다. 노래와 춤, 음악을 하나로 생각한다는 전통적인 정서에 착안해 우리가락에 강한 비트를 녹이고 민요 선율을 국악기로 연주함으로써 보다 많은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플라잉코리언이 다른 국악비보이와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껏 비보이와 국악의 만남이라는 기획의도로 이뤄진 프로젝트는 많았다. 그동안의 시도가 국악과 힙합의 개성을 단순하게 표출하는 자리였다면, 플라잉코리언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융합, 화합이다. 곧 민요와 힙합의 장점을 융합시켰다. 일단 국악은 우리 것인데 대중이나 젊은이 사이에선 많이 접하기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국악을 좀 더 쉽고 대중적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되도록 국악의 전통적인 부분을 새롭게 뒤엎어보고 싶었다.”

-국악을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
“일단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국악을 알리고, 동시에 비보이도 알려서 서양의 문화와 우리의 전통문화가 합쳐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국악음악으로 하기에는 조금 지루한 부분이 솔직히 있다. 그래서 외국의 힙합문화에 대한 비트나 리듬을 국악에 섞으면 듣는 사람도 남녀노소 모두 편하게 부담 없이 들을 것 같고 우리도 춤을 추기에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비보이 동작과 국악, 전통무용의 동작을 한꺼번에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우리 국악이 서양의 클래식하고 견주어 봤을 때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냥 너무 안으로만 감싸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 국악도 모두가 즐길 수 있고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췄다.”

- 안무도 전통무용으로 하던데.
“기존에 국악과 관련된 소품들은 비보이에게 사실 불편하다. 하지만 우리의 것을 더 나타낼 수 있게 하고자 소품을 부채나, 탈, 한복의상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 다음에 전통국악 무용의 동작들을 보고 많이 접목하고 있다. 의외로 비보이에게 있는 기술과 흡사한 동작들이 많다.”

- 전통의상을 입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힙합의상과 비교해 불편한 점은 없는지.
“국악과 힙합을 접목했는데, 반 이상은 국악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처음에는 힙합옷을 입고 했다. 그런데 느낌이 뭐랄까 마치 스테이크집에서 자장면을 먹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전통한복을 입기 시작했는데, 시행착오도 겪었다. 춤을 추면 바지가 흘러내리고 옷도 거추장스럽게 돌아가는 등의 어려움이 따른 것. 그래서 허리는 벨트로, 소매는 손목보호대로 옷이 흘러내리지 않게 꽉 조이며 현재의 복장으로 개량을 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하는 것 보다 불편하다. 그런데 이것을 갖춰 입고 춤을 추면 이보다 더 멋있을 수는 없는 거 같다. 더 모양도 나고 춤을 추는 맛도 난다. 또 힙합옷을 입고 춤을 추면 그냥 신나는 느낌인데, 한복을 입고하니 무언가 국악의 의미가 부여돼 느낌까지 살아나는 것 같다.”

▲ 초창기 힙합옷을 입고 공연을 했던 플라잉코리언 (사진제공: 플라잉코리언)

- 이 일을 하게 되면서 평소보다 전통문화에 더 관심을 갖게 됐을 것 같은데.
“이전에는 아는 민요가 몇 개 안됐는데 이 일을 하게 되면서 ‘아 이런 음악이 있었구나’란 것을 깨닫게 됐다. 오봉산 타령, 한오백년 등의 타령들은 그냥 얘기만 들었지, 정확히 어떤 음악인지 정확히 몰랐다. 그러나 듣고 보니 지루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분위기가 있는 음악이었다. 음악 자체의 매력에 빠진 부분도 있다. 사실 이 작업하기 전에는 국악에 대해 전혀 몰랐고, 지루하다는 음악이란 편견을 가졌다. 그러나 많이 접하다 보니 새롭게 변할 수 있는 앞으로 미래 발전가능성이 높은 고품격 음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대로 국악이 깊이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

-우리 전통문화를 알려야겠다는 전도사로서의 사명감도 느낄 것 같은데.
“일단은 힙합음악이라는 게 젊은이들의 음악으로, 또 국악은 어른들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이 어느 정도 있다. 우리 공연은 이 두 계층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 또 행사들을 다니다 보면 외국인을 상대하게 되는 공연들이 많다. 작년에는 미국을 갔었는데 우리가 퓨전으로 섞어서 한다 했더니 반응이 엄청 좋았다. 처음 들어봤는데도 시끄러워하지 않고 ‘이게 무엇이냐’라며 물어보는 사람도 은근 많았다. 그래서 ‘이게 한국전통음악이다. 여기에 너희 나라 것(비보이)을 입혀서 우리가 퓨전으로 만들었고 의상도 전통의상 등으로 했다’고 했더니 굉장히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 진짜로 외국인들이 매우 좋아한다.”

-한국 비보이가 전 세계 비보이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잘한다. 우리나라 비보이들이 춤을 잘 추는 비결이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이 사실 무언가 하나를 하면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다. 외국인들은 댄서나 비보이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안 되면 끝까지 해야 하는 목표의식도 있고, 또 식음을 전폐하고서라도 내가 이걸 꼭 해서 남에게 보여줘야겠다는 남다른 끈기와 헝그리 정신이 있기 때문에 세계보다 조금 월등한 실력을 가진 것 같다.”

-사실 우리 고유의 장단의 틀을 깨고 과감하게 힙합비트를 넣었는데, 국악계에서 반응은 어땠나.
“어떻게 보면 우리가 기본원칙을 깼기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다. ‘이게 어떻게 국악이냐’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우리는 국악이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아무래도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던 음악은 힙합비트 같은 신나고 즐겨하는 음악이었다. 그렇다보니 그 부분을 어우러지도록 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배타적인 시선이 많았는데, 지금은 국악계도 변화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팀들도 서양음악을 같이 접목해서 변화를 주다보니 우리를 보는 시선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

-UCC를 활용해서 배포했다는데, 해외에서 동영상을 통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UCC로 우리를 찍은 동영상을 배포할 때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반응이 안 좋게 나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조회수도 높았고 반응도 좋았다. 우리도 보면서 기분이 좋았고, 더 한국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도 들었다.

-공연하면서 국내와 해외관객의 반응이 다를 거 같은데.
국내는 약간 보수적인 반응이다. 대체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묻곤 했다. 한국인은 처음 보고 신선해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할지 의문을 갖고 본다. 그간 국악비보이를 했던 팀이 있긴 한데, 그들은 거의 한복을 입지 않거나 국악소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약간은 의심의 눈초리로 봤다. 그래도 국악적인 것과 힙합비트의 서양적인 것 두 개를 혼합했다는 느낌을 사람들이 감지하면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그 이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물론 반응이 늘 좋다.”

-요즘 한류가 그야말로 대세다. 드라마로 시작해 K-POP(케이팝)까지 한류가 전 세계에 퍼져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춤과 국악이 어우러진 국악비보이의 한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한민국 비보이는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반면 국악비보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해외에서 반응이 괜찮게 나타나고 있어서 앞으로는 한류를 탈 수 있는 선두주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다른 국악비보이 팀들에게도 조언을 한다면.
“일단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국악과 비보이의 조화를 이룰 것인지 말이다. 무작정 힙합과 국악을 혼합한다고 해서 퓨전이 되는 게 아니라 서로 어우러지는 동시에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조화롭게 이뤄졌을 때라야 그게 퓨전이라 본다. 너무 쉽게 생각할 게 아니라 연구해서 아이템을 개발해야 하며 깊게 생각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또 남의 것을 받아들일 준비도 있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이전에 국악을 보면 특히 꽹과리 소리를 들으면 시끄럽단 생각만으로 귀를 막고 지나갔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악을 보면 동작을 응용하기 위해 주의 깊게 보게 된다. 메모도 해놨다가 의논해 적용하기도 한다. 또 국악적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탈춤을 하기 위해 탈춤이 유명한 지역을 직접 찾아가 본적도 있고, 세계탈박물관도 방문해서 눈으로 보고 공부하기도 했다.”

▲ 플라잉코리언 멤버들이 탈을 쓰고 춤을 연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동안 익히느라 고충은 있었을 것 같은데.
“반반씩 섞어서 조화롭게 하는 게 어려웠다. 비보이만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또 전통적인 것만 보여줄 수 없었기에, 어우러지게 하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느낌을 내는 데 힘이 들었다. 주변의 혹평에 상처도 받았지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많이 가다듬다보니 더욱 한국적으로 된 것 같다.”

-해외활동은 어땠나.
“한국에서 우리가 공연한 것을 보고 한인축제나 큰 시상식이 있으면 우리를 불렀다. 외국에서도 식상한 비보이보단 우리는 틀리다는 인식이 됐기에 초청이 들어온 것. 미국의 뉴욕․시애틀․LA를 비롯해 키르키즈스탄, 중국 등에서 공연을 했다. 유럽은 아직 없는데 가고 싶다.
왠지 반응이 좋을 것 같다. 이전에 인천공항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이벤트로 우리 음악을 틀어놓은 적이 있는데, 그때 유럽 사람들이 음악이 좋다는 의견이 들렸다. 아직 우리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운데 꼭 가고 싶다. 누가 우리 좀 보내 달라.(웃음)”

-향후 계획은.
“앞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싶다. 국악 관련된 팀들하고 같이 작업하며 여러 가지 콘텐츠를 개발할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 우리 음악을 많이 알리고 대중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9월에는 중동에서 공연 계획이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유럽은 꼭 가고 싶다. 또한 아직은 여력이 안 되지만 단독 해외공연도 꿈꾸고 있다. 우리 음악과 문화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겠다.”

힙합 패션이 아닌 우리의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새로운 한류의 기운을 발휘하고 있는 플라잉코리언. 이들이 해외에 나가서 어떤 대형사고(?)를 터트릴지 기대된다.

▲ 플라잉코리언 멤버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인터뷰를 마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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