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을 준비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잇따른 학교폭력과 교권의 추락이 이러한 현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학교 내 폭력이 학생 간의 문제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제(師弟) 간에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교사들의 명퇴 소식이 그리 충격적이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이러한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4일 전국 유․초․중․고교와 대학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명퇴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인한 학생 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 추락 현상’ 때문이라는 응답이 70.7%(2312명)로 가장 많았다.

‘교원평가로 인한 교직 사회 분위기 변화’라는 답변이 19.7%(646명)로 뒤를 이었고, ‘건강, 연금법 등 기타’라고 답한 교원은 3.1%(104명)에 그쳤다.

일부 교원들의 설문 결과이기는 하나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교사의 인권은 침해당해도 되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학생이 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것도 모자라 발로 차고 때리는 등의 폭력까지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니 농담 삼아 하는 ‘어디 학생 무서워서 선생하겠냐’는 소리가 예사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본디 교사의 직분은 지식적인 것 외에도 예와 범절에 대해 가르치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일 게다. 쉽게 말해 훈육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라 말하지 않는가.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였건만 이제는 말 그대로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분명 존경과 예를 중시하는 우리네 정신과 사상이 들어 있는 말이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자신을 가르쳐주는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찌 배우겠으며, 또 어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자기보다 나이 어린사람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면 겸손한 마음으로 그것을 배우고,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 예의며, 상식이건만 정말이지 지금 세상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물론 작금의 교육현실이, 교육 현장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모든 학교와 학생, 교사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일부’라는 말로 지금의 현실을 간과하거나 묵살해버린다면 더 이상 그 ‘일부’가 아닌 ‘전부’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왜 직시하지 못하는가. 문제가 되는 것은 오늘날의 교육 현실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학교 폭력의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 것 또한 교사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교사답지 못한 교사가 있고, 학생답지 못한 학생이 있을 수 있기에 학교 폭력을 알고도 방치하고 방관하는 교사 또한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을 학교 폭력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 또한 많다는 사실이다.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는 교사들만이 아닌 학교 당국과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모든 관계 부서가 함께 협력해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실수는 묻어두려 하고, 교사에게 그 책임을 물으려 하니 아닌 말로 ‘교사는 곧 동네북’이 되고 만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학생들의 짓궂은 장난과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교사, 그 교권이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져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교사들이 많다고 한다. 교사로서의 사명의식을 갖고 버텨보기도 하지만 한국 교육의 현실이 이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그 열풍은 불고 있으며, 학교는 그저 형식적인 것일 뿐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는 과외 활동으로 대체하고 있으니 교사의 권위가 있을 리 만무하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스승의 날’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이러한 교육 현실 속에 명퇴 교사가 지속적으로 늘어 일부 시․도 교육청의 명퇴금 예산이 조기에 소진됐을 정도라 하니 그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 가정의 달 안에 스승의 날이 포함된 것은 스승 또한 우리를 훈육하는 마음의 어버이시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사회가 흉흉해지고 천륜과 인륜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스승 또한 내 부모처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한국 교육의 현실이 지금보다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스승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한 데 어우러져 삭막한 교육 현장을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배움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일에 각계각층의 노력이 함께 동반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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