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대 국회의원 재외선거 첫날인 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 주재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총 654명이 재외선거인 또는 국외부재자로 신고한 하노이 지역에서는 첫날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5시) 45명이 투표를 마쳤다. (연합뉴스)

총선 재외투표율 2.5%… 관련법 손질 없이 허송세월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헌정사상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첫 재외투표의 성적은 초라했다. 지난 4.11 총선 결과에 따르면, 223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재외선거권자 중 투표자 수는 전체의 2.5%인 5만 6천여 명에 불과했다. 번거로운 투표 절차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12.19 대통령 선거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대 총선 재외투표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점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휴업에 들어간 지 수개월째다. 재외투표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사실상 멈췄다. 관련법을 손질 한 번 못해보고 19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개특위의 한 관계자도 “18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재외투표에 관한 선거법 개정을 어쩔 수 없이 차기 국회로 넘긴다고 해도 시간 여유는 많지 않다. 개원 초기에 벌어질 여야의 기 싸움에 뒷전으로 밀릴 법안 처리를 생각하면 재외국민선거법 개정의 앞날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재외투표자 신고 시작일인 7월 22일 이전에 제도 정비를 마쳐야 한다는 점도 ‘시간표’가 빠듯한 이유다.

이번 대선에서 재외투표의 중요성은 크다. 수십만 표 차이로도 대선 승패가 갈리는 상황에서 223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재외선거권자는 무시하기 어려운 존재다. 이들의 절반 정도만 투표에 참여해도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선의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총선의 재외투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선에 앞서 3월 12일 재외선거인명부와 국외부재자신고인명부를 확정한 결과 추정 재외선거권자 수의 5.53%인 총 12만 3571명이 명부에 등재됐다. 이후 107개국 158개 재외투표소에서 시행된 재외투표에서는 등재명부의 45.7%인 5만 6456명만이 실제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비현실적인 절차가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출장 등으로 출국하는 국외부재자의 경우 우편 접수로 부재자 신고를 할 수 있지만, 외국에 사는 재외국민은 오직 공관을 통해서만 접수해야 한다. 투표는 양쪽 모두 공관에서만 할 수 있다. 당연히 생업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 같은 광활한 지역에선 타격이 더 크다. 중앙선관위 홍보팀의 이광인 사무관은 “외국 영주권자(재외국민)는 투표를 위해 공관에 두 번 방문해야 해서 생업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국내와는 다르게 (공관과의) 거리도 굉장히 멀다”고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번거로운 투표 절차 때문에 해외 한인단체 등으로부터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등 간소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재외국민에게 신고와 투표를 공관에서만 하도록 한 것은 참정권 제약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공관 외 투표 장소인 ‘추가 투표소’ 설치를 개선 의견으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투표 절차 간소화 요구에 따라 관련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재외국민의 우편 등록 허용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우편 등록 허용에 따른 위조나 부정 투표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법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다행히 12월 대선에선 재외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국에 주민등록지가 없는 재외국민의 경우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한 정당 투표만을 할 수 있었던 총선 때와는 달리 대선에선 누구나 대통령이란 인물에 대해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무관은 “대통령 선거에는 관심도 있을 것 같고, 국회의원 선거 때보다는 (투표자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관련법의 손질 없이는 획기적인 투표율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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