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절차 번거로움에 낮은 투표율… 4.11 총선 재판 우려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헌정 사상 두 번째 재외국민 투표가 지난 4.11 총선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 개선 없이 이미 투표자 등록이 시작된 것이다. 국외에서 투표에 참여하려면 공관에 두 번이나 가야 한다. 대선에 대한 관심도는 다소 높아지겠지만, 투표율은 여전히 저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외투표를 위한 재외선거인 등록과 국외부재자 신고가 22일부터 시작됐다. 재외선거인이란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국내거소신고가 돼 있는 자를 말한다. 국외부재자는 외국에 나가 있어 선거일(12월 19일)까지 귀국할 수 없는 이를 가리킨다. 국외여행자, 유학생, 주재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상당히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외선거인 등록은 유권자가 공관에 직접 방문해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등록신청서를 낸 뒤 투표할 때 한 번 더 찾아와야 한다. 총선과 대선을 모두 치르는 올해는 총 4번 공관에 방문해야 하는 셈이다. 재외선거 사무를 보는 해외 공관의 수도 162곳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총선에서 재외국민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았던 이유도 이 같은 불편함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포사회 사이에서 투표 간소화 요구가 분출하자 여야도 총선 이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공관 방문 없이 재외선거인 등록 가능, 재외투표 등록 기간 연장, 연속 선거의 경우 명부 활용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통합당 김성곤 의원은 재외투표 등록을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 논의는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정안을 이번 대선에 적용하려면 재외투표 등록․신고 시작 전까지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새누리당 이중호 재외국민위원회 국장은 “제도 개선이 되면 (투표자가) 상당수 늘어날 텐데, 제도 개선이 안 되면 관심은 커져도 과연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대선의 재외투표율은 지난 총선 때보다 제한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정 대선 후보를 뽑는 큰 선거여서 대체로 관심이 높아지겠지만, 총선 때의 번거로움을 경험한 이들이 실제 투표에 나서길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실제 투표자는 223만여 명의 예상 선거인 수에 훨씬 못 미치는 5만 6천여 명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여야 정치권이 제도 개선에 미온적인 것은 투자에 비해 득표수가 적은 재외선거보단 국내 표몰이에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외국민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한다는 재외선거 본래의 취지가 이번 대선에서도 무색하게 될 공산이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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