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 서서 병원을 바라보며

최연홍(1841~  )


갈 곳 없는 한국 노인을 위해 방문한
새벽 병원
영양제와 마취제가 들어있는 액체의 플라스틱 용기에서
물방울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진다
공중에 매달려 있는 용기에서
한 방울씩 환자의 혈관으로 들어간다
그것은, 생사를 위해
나이팅게일이 시간마다 와서 환자를 들여다보고 나가는 듯하다

횡단보도에 서서 병원을 바라본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외롭게 누워있는 병동. 모두 잠이 든 새벽, 링거 병에서는 영양제와 마취제가 들어있는 액체가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진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영양제로 실낱같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떨어지는 영양제, 나이팅게일의 근심어린 눈길이 지키고 있는 외로운 삶, 한 생애의 횡단보도, 그렇게 건너가고 있다. 우리 모두 천사의 근심어린 눈빛 속에서, 천사의 근심어린 눈빛 받아가며, 하루하루를 삶의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그러한 군상(群像)들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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