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각

이시영(1949~  )


어머니 앓아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출근할 때나 외출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네
우리 어머니 빈집에 갇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돌아와 문 앞에서 쓸어내렸던 수많은 가슴들이여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나 자장가 불러드리며 손목에 묶인 매듭 풀어드리면
장난감처럼 엎질러진 밥그릇이며 국그릇 앞에서
풀린 손 내미시며 방싯방싯 좋아하시던 어머니
하루 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네

어머니 이제 연세가 높아져 나이도 모두 잊고 ‘아가’가 되어 계신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혹시나 잘못 나가 길이라도 잃으실까봐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는 어머니 손목을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묶어두고 나간다. 하루 종일 손목이 묶이시어 마음대로 나다니시지 못하고 문간방에만 계셨을 어머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어머니를 위하여, 이제 아가가 되신 어머니를 위하여 아들은 자장가를 불러드린다.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손목이 묶이어 하루 종일 칭얼이시다 잠이 드신 어머니.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이 세상 가장 가슴 아픈 노래. 오늘도 아들은 빨갛게 손목 부어오른 어머니 생각하며, 그 가슴 아픈 노래, 마음속으로 부르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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