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센터에서 다시쓰기 사업으로 기증받은 자세유지의자를 개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재사용·재활용으로 비용 절감… 일상생활에 큰 보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최근 보조기구 재사용에 대한 장애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장애인 보조기구가 워낙 고가(高價)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조기구 다시쓰기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린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에 따르면 ‘보조기구 다시쓰기 이용현황’은 2010년 1분기에는 수거 124대, 지원 20대였으며 4분기는 수거 36대, 지원 17대였다. 지난해의 경우 1분기에는 수거 50대, 지원 7대였으며 4분기는 수거 30대, 지원 68대로 집계되는 등 꾸준히 보조기구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보조기구 다시쓰기 사업이란 사용하지 않거나 방치돼 있는 보조기구를 재사용(Reuse), 교환(Exchange), 재활용(Recycling) 등의 방법을 통해 장애인과 노인 등 보조기구가 필요한 사람이 다시 쓸 수 있도록 무료로 지원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 센터 안재완 연구개발팀장은 “보조기구를 사용하지 못해 오래전부터 방치해 둔 가정이나, 보조기구가 고장났지만 비싼 수리비용에 수리를 못 해 가지고만 있었던 가정에서 보조기구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에서 직접 가서 보조기구를 수거한 후 사용이 가능한 제품은 수리·세척해 필요한 가정에 전달한다”고 덧붙였다.

보조기구 다시쓰기 사업을 통해 무료로 보조기구를 지원받는 장애인 가정은 경제적인 비용 절감은 물론 일상생활의 여유로움까지 만끽하고 있다.

뇌병변 1급인 아들을 둔 윤혜진(49, 여,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 씨는 “아이에게 보조기구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할부로 보조기구를 구입했다”며 “하지만 아이가 빨리 성장해 보조기구를 오래 사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기구가) 고가라 아이의 신체에 맞춰 보조기구를 자주 바꾸는 게 어려웠는데 보조기구 다시쓰기 사업을 통해 무료로 제품을 지원받게 되면서 경제적인 비용도 아낄 수 있게 됐고 아이도 편하게 생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과 경기도에서 보조기구 다시쓰기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이번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에 사는 지체장애 1급 안준석(41, 남, 가명) 씨는 “지방에는 보조기구 구입처가 거의 없다”며 “비용도 만만치 않아 살 엄두가 안 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안 씨는 외출이 1주일에 2번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안 씨는 이어 “서울·경기도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무료로 재사용하는 보조기구를 지원받기 때문에 지역에 사는 내 입장에선 굉장히 부럽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보조기구 다시쓰기 사업을 시행해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해외의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보조기구 나눔의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사렛대학교 재활공학과 공진용 교수는 “미국은 장애인보조기구 재사용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장애인들이 교류의 장으로 많이 활용한다”며 “국내에도 보조기구에 대한 나눔 문화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하지만 국내에 정부가 지정한 ‘장애인 보조기구 사례 관리 센터’는 전국에 다섯 곳뿐”이라며 보조기구 다시쓰기 사업을 바로 시작하기에는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에 보조기구 관리센터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담당 인원을 확충해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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