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은천동에 위치한 시각장애인용 소프트웨어 기업 엑스비전테크놀로지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김중필(29) 씨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도서 앱 ‘리드애니’를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스마트폰 앱 하나면 어디서나 독서 가능”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좋아하는 소설책도 읽고, 공부도 많이 하고 싶어요. 하지만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우린(시각장애인)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날은 온종일 자리에 앉아 있죠. ‘무언가를 해 보자’라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오후 6시를 알리는 자명종 소리가 들려요. 그게 일상이에요.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게, 요즘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전용 음성 앱이 나와 어디서든지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어요.”

시각장애 1급인 정태형(28, 남, 서울시 노원구 중계본동) 씨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기 전 도서관에 있는 점자책이나 음성 도서를 이용해 책을 읽었다. 종종 자원봉사자들이 집에 찾아와 책을 읽어주기도 했지만, 꾸준히 오는 봉사자가 없어 대부분의 책을 완독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앱이 출시되면서 신문·도서·잡지 등 다양한 정보를 음성으로 듣게 됐다. 스마트폰을 통해 앱만 다운받으면 되기 때문에 타인의 도움 없이 실시간으로 청독할 수 있게 된 것.

특히 시각장애인 개발자가 앱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터치 방식을 설계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더욱 증가시켰다.

시각장애인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엑스비전테크놀로지 김정호(시각장애 1급) 이사는 “독서기로 책을 읽을 경우 필요한 파일을 전부 다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회사에서 개발한) ‘리드애니 앱’을 다운받으면 수백 권의 서적을 편하게 볼 수 있다. PC와도 연결돼 있고 책갈피 기능도 있어 편리하게 독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스마트폰 등 정보 통신기기를 이용해 지식을 얻고자 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약 23만 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정보 통신기기는 휴대폰(67.1%)이 가장 많았고 컴퓨터(53.0%), 인터넷(51.4%)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5년보다 각각 12.1%p, 3.0%p, 2.9%p 증가한 수치다.

성공회대학교 시민사회복지대학원이 2006년 발표한 ‘시각장애인 정보화 교육 실태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은 정보 통신기기(컴퓨터)를 이용해 독서(26.0%)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독서 등 여가 활동을 즐기다 보니,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장애인용 모바일 앱이 국내에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인쇄물에 인쇄된 보이스아이 코드를 스킨한 후 내용을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읽어주는 보이스아이의 ‘보이스아이 앱’,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서 시각장애인이 화면에 출력된 정보를 읽고 조작할 수 있는 에이티랩의 ‘샤인리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관계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앱 개발이 매우 저조하며, 관계시설도 적다고 지적했다.

손병창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텍스트 문서들을 음성파일로 전환시키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당사자들이 요청을 해도 일부 서적만 점자나 음성독서로 제작된다”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도 전국에 몇 개 없어 학습적인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손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은 각 지역마다 시각장애인들이 음성파일을 신청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 특히 해외는 일반 서적이 음성 파일로 제작되는 데 약 1개월이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신청 후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되며, 시중에 나와도 이미 개정판이 출시된 이후다.

이에 그는 “텍스트 문서들이 음성파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도록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며 “자원봉사에 의존해 음성 파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일부 금액을 줘 사명의식을 심겨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엑스비전테크놀로지에 상담사로 근무하는 시각장애 1급 김중필(29, 남, 서울시 관악구 신림4동) 씨는 다수의 업체가 참여해야 장애인 앱 시장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스크린리더나 휠체어 등 일부 보조기기 개발 업체들만 앱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새로운 제품도 출시되고 서비스의 질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일반인들은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깨달아 장애인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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