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을 꿈꾸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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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학회 임형진 연구이사 인터뷰’

▲ 임형진 교수(사진제공: 본인)

“동학, 남북화해의 단초”

[글마루=김명화 기자] 현재 한민족학회와 동학학회 연구이사며 고려대학교 정치학과 겸임교수인 임형진 교수를 만나 동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 교수는 동학을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 있게 연구한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동학의 평등주의 사상은 근대적 의미의 민권 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동학의 어떤 점이 민권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동학의 인내천 사상이 그것입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의미의 인내천은 최고의 인권선언이자 근대적 의미의 민권사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동학이 탄생하기 이전의 조선 백성의 삶은 그야말로 최저하층의 인간이하의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동학 이후의 사람들은 인내천을 습득하고 스스로 하늘을 모신 존재로 소중한 역사의 주인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지요. 한국적 차원의 근대적 자각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그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1894년 거대한 동학혁명이 가능했던 것이고 연이은 민족운동에 동학이 나서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

-동학은 한민족의 천신숭배 신앙에서 승화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천신숭배 사상과 동학의 유사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민족에게는 전래적으로 천신숭배의 신앙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유교, 불교, 도교와도 다른 차원의 숭배사상이지요. 그런데 동학에는 그것이 계승됩니다. 이를테면 하늘과 인간이 하나라는 의식이 그것이지요. 하늘에 스스로 동화된 인간들의 모습이 동학의 인내천사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는 단군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하늘의 한웅이 땅의 웅녀와 결합해 단군을 낳았다는 천지인 삼위일체의 결합과 신인미분화의 현상에 대한 근대적 계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몰론 오늘 동학의 한울님 사상은 꼭 하늘이라는 개념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천신숭배의 신앙에서 출발한 것은 맞습니다.

-동학의‘한울님’과 기독교의‘하나님’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기독교의 하나님은 절대성을 가진 유일무이한 신이지요. 그러나 동학의 한울님은 만물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천지를 모두 포괄하는 우주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지요. 物物天 事事天(물물천 사사천)이라는 경전 구절에서도 나오듯 동학에서는 만물에 천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인간만이 아닌 자연 환경과 더불어 사는 상생의 개념이 출발한다고 할 수 있지요. 이는 초월적 유일신이 아닌 내재적 범신(凡神)관을 모두 극복한 신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학에서 말하는 후천개벽사상과 선천개벽사상에 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학은 세상을 선천과 후천으로 나누는데 선천은 혼란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시기로 그 운이 다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천은 후천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개벽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후천개벽은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인 물질적 천지개벽만이 아닌 인문개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각자가 모두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각자위심의 사람들이 시천주를 자각함으로써 한울님의 마음과 기운으로 바뀌는 즉, 삶의 양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지요. 인문개벽은 다시 민족개벽과 사회개벽 그리고 정신개벽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개벽입니다. 즉, 개벽의 주인공인 인간들의 정신 개벽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동학의 창도자인 수운 최제우는“유·불·도의 운이 다했다” “서학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동학과 유불도, 서학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동학은 기본적으로 당시까지의 지배적 도그마였던 유, 불, 도를 거부합니다. 또한 당시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던 서학까지를 모두 뛰어넘는 사상으로서의 동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어지러운 선천의 시대에 적합한 이론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동학이야말로 새로운 후천의 시대를 여는 학문이자 도(道)라고 했지요.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가 그동안 조선사회를 지배해 오면서 역할을 다 했지만 이제는 혼돈의 시대를 야기한 원인이 되었기에 이제는 폐기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고 서학 역시 그 혼돈에 가세하는 것이기에 거부되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유학은 계급적 신분질서를, 불교는 고답적이고 탈세속적이며, 도교는 미신적 요소를 가지고 있고 서학은 오늘의 어지러움의 주범이기에 거부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동학은 이들을 거부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장점을 수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즉, 유교로부터는 수행의 기초가 되는 이론을, 불교로부터는 수행의 기법을, 도교로부터는 전래 신앙적 요소를 그리고 서학으로부터는 신관을 수용해 창조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학의 사상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동학의 핵심사상은 역시 인내천입니다. 인내천 사상은 3대 교조인 의암 손병희 선생 때 이르러 완성된 것인데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명제는 동학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지요. 이것은 수운 최제우가 만든 시천주 사상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모두가 한울님을 모신 존재라는 시천주 사상은 이후 2대 교조인 해월 최시형에 의해 사인여천(事人如天: 사람섬기기를 하늘 대하듯 하라)이라는 방법론으로 발전되었고 이것이 인내천 사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지요. 이것으로부터 동학은 만민평등의 사회를 구현하는 데 앞장을 서는데 이른바 동학 창도 이후의 민족운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1894년의 동학혁명을 필두로 1904년의 갑진개화혁신운동, 1919년의 3.1운동, 1920년대의 어린이운동과 여성운동 그리고 노동운동 등 천도교 청우당을 중심으로 한 민족문화운동이 그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동학, 천도교의 이름으로 순도(殉道: 도를 지키지 위해 희생된 사람)한 사람들이 약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어쩌면 동학의 역사는 곧 우리 근대사라고 할 수 있지요. 그만큼 큰 희생과 업적을 남긴 종교도 드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동학은 매우 미약합니다. 천도교로 계승되었다고는 하지만 미약한 교세와 민족종교라는 이름 아래 숱한 종파와 교단으로 갈라져 있지요. 그 원인은 어디에 기인할까요. 아마도 그들이 전개한 민족운동에 답이 있을 것입니다. 즉,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치열하게 민족운동의 전위에 섰던 그들에게 내려진 것은 탄압과 억압 그리고 분열조작뿐이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마치 미신을 믿는 종교단체로, 또는 북한에 있는 천도교로 인해 반공제일주의에 일방적으로 몰리고 억압받는 탄압의 대상이 되고 말았지요. 비록 오늘날 천도교는 미세하고 빈약하지만 그들이 가졌던 사상과 이념은 남아있고 또 계승될 것입니다. 더욱이 남북화해에 있어서 천도교는 역할이 있습니다. 즉, 북한에 있는 천도교 청우당이 남아서 남쪽과 교류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종교성을 넘어서 보국안민을 위한 민족화해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연결고리가 잘 살려져서 남북화해 협력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동학 속에는 한민족의 역사와 정신이 꿈틀대고 있다. 우리가 동학을 올바로 이해한다면 한국 근대사를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출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남북화해의 기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동학의 정신을 계승한‘천도교’에 관해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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