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간판만 바꾸면 국민이 용납 못해”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나라당이 ‘돈봉투 암초’로 좌초될 위기에 처하면서 재창당론이 힘을 받고 있다. 예전부터 간판 교체를 요구해 왔던 쇄신파에 이어 친이계도 재창당론에 가세한 형국이다. 하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재창당에 부정적인 데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친이계인 안형환 의원은 11일 KBS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기본 틀을 깨지 않고는 국민의 거부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당이 5층짜리 노후 아파트라면 부수고 재건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총회를 소집해 재창당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인 이경재 의원은 재창당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재창당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미 재창당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쇄신파는 조만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재창당을 요구할 예정이다. 다만, 재창당 의도에 대해서는 친이계에 선을 그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쇄신 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던 이들조차 재창당을 하자니 정말 곤혹스럽다”며 “박근혜 비대위를 흔들기 위한 재창당이 있고, 엉터리 보수를 청산하고 제대로 된 보수를 세우기 위한 재창당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재창당 요구가 비등하는 이유는 돈봉투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총선 패배의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으로는 돈 선거 파문으로 악화된 당 이미지를 도저히 회복할 수 없다는 우려다.

그러나 재창당론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이루겠다는 박 위원장의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내용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간판만 바꾸는 것은 국민이 더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전날 한 라디오에서 “지금 당장 어떤 특정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서 당 해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성급한 반응”이라고 했다.

재창당을 주장했던 원희룡 의원도 트위터에서 “돈봉투 사건 전에는 재창당 작업과정에서 과거 경선 행태를 단절할 수 있었지만, 이미 (돈봉투) 증언까지 나온 마당에 관련 사건 조사와 책임 통해 납득할 만한 매듭지음 없이 하는 재창당은 집단적인 책임 모면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당을 해체하고 다시 모이는 과정에서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불거지면 통합이 아닌 분열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당 바깥에서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신당 ‘국민생각(가칭)’이 11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재창당을 포함한 보수 통합 문제가 여권의 주요 이슈로 등장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