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기존 쇄신 궤도 유지에 방점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나라당이 재창당이냐 쇄신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고승덕 의원으로 촉발한 ‘돈봉투 파문’으로 재창당론이 급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의 쇄신 궤도를 유지할 방침이어서 재창당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쇄신파·수도권 의원, 재창당론 제기

‘디도스 사건’이 수습되기도 전에 핵폭탄급 악재가 터지자 쇄신파와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재창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의원은 “돈 선거를 비롯해 잘못된 정치 관행, 이에 젖은 조직 구조 및 사람들과 단절하고 재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밝혔다.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해야 한다”며 재창당론에 무게를 실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대론 총선에 나가봤자 승리는 어렵다”며 “형식도 내용도 다 바뀌는 재창당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몽전 전 대표는 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어려운 상황이라 전대를 하지 않았는데 정상적 절차는 아니다”며 “전대를 하면 당의 분열이 온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당이 지금 더는 분열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되지 않았느냐”며 전당대회 개최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 비대위, 재창당에 부정적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재창당에 부정적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9일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이뤄 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권영세 사무총장도 “시간상 재창당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재창당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비대위원들도 대체로 재창당에는 고개를 젓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보수 분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창당 과정이 당내 세력·계파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화하면, 지지도 하락은 물론 보수 분열의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4월 총선까지 재창당을 마무리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는 점도 재창당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로 지목된다. 게다가 박 위원장이 간판만 바꿔서 다는 형태의 보여주기식 쇄신에 부정적이어서 재창당을 결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이 현재의 쇄신 노선을 유지하되, 각종 비리 파문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확대 등 강력한 대응을 하는 한편, 민생 중심의 쇄신 동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쇄신을 통해서, 앞으로 오직 국민의 삶을 제대로 챙기는 일에만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