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사무국장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사무국장 [사진=김성희 수습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소중한 우리 유산 찾아 보존, 누구나 ‘지킴이’ 역할 가능
“자연·문화 향유하는 일, 삶의 질과 의식 높여줘”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우리 문화유산은 단순히 건물 문화재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기억을 살려주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데 가장 필요한 정체성이 아닐까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보존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며 “자연·문화유산에 대한 근본적인 정체성이야말로 자기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혁명으로 급속한 사회 변화를 맞았던 영국처럼 우리나라도 1900년대 이르러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다. 이런 가운데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보존할 수 있는 문화유산들도 무관심 속에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게 됐다.

그래서 자연·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출범한 것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2002년 우리나라에도 그 뿌리를 내렸다.

김 국장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대해 “경이롭고 아름다운 대자연과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이라며 “누구나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는 ‘지킴이’가 될 수있다”고 말했다.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은 미래세대에까지 남겨줘야 하는 매우 소중한 유산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에 대한 자원 활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참여한 회원들에게 체험·생태 교육 프로그램 참여 등 주어지는 혜택도 다양해 시민들의 참여도가 그나마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나타난 기금 모금과 기부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아쉬운 한 면이다.

김 국장은 “우리 사회는 외국에 비해 기부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특히 자연·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지갑을 연다는 것은 아직도 낯선 문화로 여긴다”며 “이러한 이유로 자연․문화유산에 대한 매입 성공 확률이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모아진 기금은 지정된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며 “재정 현황은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발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모금액이 늦게 걷히는 경우, 모을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고 이미 개발을 위한 훼손이 이뤄진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우리 사회에서 환경과 문화 향유와 관련해 피해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도움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그는 말했다.

“삶의 환경이 취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자연환경이 왜 소중한지조차가 설명이 안 됩니다. 가난해서 자연과 문화를 향유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는 “잘 보존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속에서 자신의 인격․감수성․영적심성을 더 소양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나 의사·사고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연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그대로 두어도 존재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하는 김 국장은 “특정 지역에 있던 자산 중에서 훼손이 심각한 한옥이더라도 원래 있던 곳에서 옮겨 재건축하는 것은 최후의 고려 사항이라 생각한다”며 “지역주민들이 더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이고 잘 가꾸면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호돼야 할 자연․문화유산들이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결국 이러한 문제는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그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소중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제는 구호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시기는 늦었다”며 “각자의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또 지역 환경유산보호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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