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지난 18일, 한일 양국 정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충돌한 가운데 한일관계는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하게 촉구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광주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강일출 할머니는 뉴스를 지켜보며 “대통령이 직접 문제해결을 요구해서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뒤늦게나마 위안부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져 다행이다.

지난 1992년 1월 8일부터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와 배상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수요집회가 14일로 1000회를 맞게 됐다. 20여 년 동안 위안부 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인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국제이슈로 발전했는가 하면, 미국 하원은 2007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03년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 책임질 것을 권고했다. 또한, 1993년 세계인권대회 결의문에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포함됐다. 우리 헌법재판소에서도 지난 8월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정부는 이후 일본 외무성에 양국 간 협의를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이러한 위안부 문제는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서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기금 모금이 시민 4000여 명의 도움으로 17억여 원을 모금하여 인권박물관의 개소를 앞두고 있다. 또한 할머니들의 낡은 승합차를 네티즌 1800여 명이 단 2주 만에 모은 5000여만 원으로 ‘희망승합차’를 지원한 일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적 관심과 여망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은 전혀 없었다고 하니 아쉬울 뿐이다. 일본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작심한 듯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결단을 촉구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김정일 사망 사건으로 국민들의 관심에서 금세 멀어질까 걱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정상급 채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공식 촉구한 것도 처음이지만 그 강도가 이례적일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관심이 말뿐으로 끝나 용두사미식 주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동안 정부가 전혀 재정지원 등에 관심으로 보이지 않다가 이번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새롭게 이슈화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과의 경협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일 간의 신뢰문제요 한일 간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사과와 배상이 우선이다. 그런 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일본과의 경협은 의미가 없다. 더구나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화 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I처) 중재절차에 부칠 것을 주장했다고 하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렇게 파렴치한 일본 정부와 무슨 경협이 필요하고 무슨 화해가 필요한가 말이다. 그나마 이명박 대통령이 “생존 위안부 할머니 평균 연령이 86세다.

금년에 16명 돌아가셔서 63명 살아계신다. 일생의 한을 갖고 살던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당사자의 목소리는 없어진다. 그러면 양국이 해결하지 못했다는 큰 부담이 남는다”고 말했으며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말이다. 이제 대통령과 정부는 한 번의 말로만 이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살아계신 할머니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새로운 관점으로 검토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대로 모두가 돌아가시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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