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호 소설가
건장한 사내들로만 구성된 정글 탐험대가 아마존 강 유역 밀림 속을 헤매다가 식인종들에게 사로잡혔다.

식인종 전사들은 탐험대 포로들을 발가벗겨 그들의 왕 앞으로 데려가 이렇게 말했다.

“폐하, 쌍방울 뷔페를 즐겨보시지요.”

놀라 눈을 번쩍 떠보니 꿈이었다. 이즈음 들어 나는 이런 요상한 꿈까지 꾸곤 한다. 아마 근간에 내가 처한 곤란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은데, 알몸의 포로들 중에는 당연히 나도 섞여 있었다.

#지금은 이전을 했지만 예전에는 우리 집 가까이에 도축장이 있었다. 도축장이 있으면 그 인근에는 으레 허름한 식당도 있기 마련이다. 정육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재료로 활용하는 식당 말이다. 우리 집도 그런 식당 중의 하나였다. 특히나 우리 집은 ‘쌍방울 요리’로 유명해서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래서 상호조차 ‘쌍방울집’이었다. 물론 지금은 집을 수리하여 식당 외관이 성형 미인처럼 달라졌지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쌍방울 요리는 ‘강장식’으로 통하는 스태미나 음식이다. 주재료가 바로 동물의 ‘거시기’다. 원래는 이 거시기에 소금을 뿌려 구워먹는 ‘소금구이’가 일반적이었지만 우리 집은 이것을 ‘탕 요리’로 개발했다. 간이나 허파, 곱창 따위의 내장 고기를 첨가해서 말이다.

‘우탕’은 소 거시기를 넣은 전골식 요리다. ‘돈탕’은 당연히 돼지 거시기가 들어간 거고.

그럼 ‘견탕’도 있냐고? 있다마다. 보양 음식에서 멍멍이가 빠지면 서운하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혼탕’이라 불리는 ‘섞어탕’도 있다. 이미 그 이름에서 짐작이 되겠지만 ‘우 돈 견’ 삼선의 거시기가 동원된 종합탕이 바로 섞어탕이다. 이 탕이 가장 양도 많고 제일 비싸다.

하여튼 나의 부모님께서 이런 탕 요리를 개발하자 우리 집은 불티나게 장사가 잘 되었다. 이후 우리 집을 모방한 아류 쌍방울 식당이 여럿 생겨나기도 했지만 원조 쌍방울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 집은 보양탕의 으뜸인 거시기 요리의 일번지로 그 이름을 날리게 되었던 것이다.

명불허전이라고 사실 우리 집 쌍방울 요리는 그 맛이 일품이기도 하다.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한 고기와 얼큰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국물 맛이 아류 식당들과는 차이가 진다. 부모님이 직접 만드시는 비법의 양념과 육수 때문인데, 이 노하우를 다른 식당은 감히 따라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미’는 우리 집을 유명하게 만든 이 쌍방울 요리의 정체를 잘 몰랐다. 그저 이름께나 있는 전골 전문식당 중의 하나가 우리 집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나미는 내 애인으로 인형이 살아 숨 쉬는 것같이 예쁜 아가씨다. 성격이 밝고 명랑해서 구김살이 하나도 없다. 다만 형편이 넉넉한 가정에서 고이 자라 고생을 전혀 모르고, 또 고집이 황소 같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나미는 나를 일류 대학을 나온 대기업의 사원이요 꽤 소문난 식당의 외아들로만 알고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거니와 우리 집이 거시기 요리로 유명하다는 사실은 몰랐다. 하지만 나와의 사이가 깊어지자 그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쌍방울 요리가 어떤 건데?”

“음, 그게….” 하는 수 없이 내가 떠듬거리며 설명하자 나미는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그럼 거시길 먹는단 말이야? 또 자기네 식당이 그걸 전문으로 하는 집이고?”

사실을 알게 되자 나미는 입을 딱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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