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SKB, 법적 분쟁 중
세계적 이슈 된 ‘망 이용대가’
구글, 지불 의무화 입법 반대
국회, 구글·넷플 국감장 소환
ISP “이대로면 품질 떨어져”
일반 인터넷 요금과는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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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ISP·국회 “CP, 망 사용료 내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면서 번진 법정 분쟁이 전 세계 인터넷·콘텐츠 사업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가 구글·넷플릭스 등으로부터 망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내게 하는 법안을 도입하려는 가운데 구글은 콘텐츠 창작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이를 반대하고 있다.

 

중소 CP, 합리적인 입법 촉구

중소 CP는 망 사용료가 너무 비싸며 법안을 도입하더라도 대가 산정 기준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우리나라 망 비용이 굉장히 해외에 비해서 많게는 10~20배까지 높은 상황이고 특히 중소 CP에게 훨씬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망 사용료는 일반 이용자의 인터넷 요금과는 무관하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통신망 투자 비용 부담을 둘러싸고 사업자 간 분쟁이 치열하다. 시작은 갈등의 당사자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이슈로 번져 통신 업계의 화두가 됐다. 국회가 나서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편을 들어 관련 법안을 도입하려고 추진 중이지만 역풍이 거세다.

국회는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CP(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통신망 투자 비용을 지불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망 무임승차방지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공청회를 열어 산·학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올해 국정감사에는 양사의 임원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국정감사 이후에는 공청회를 한 번 더 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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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국정감사 관련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관련 법안 도입 페달 가속

이번 입법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 여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거텀 아난드(Gautam Anand)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 외에 넷플릭스 미국 본사의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들이 출석에 거부할 것을 대비해 한국 대리인으로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와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법무총괄 등도 각각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은 총 7건이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해당 법안들은 모두 망 이용계약의 투명성 확보 국내외 CP 간 역차별 해소 공정 경쟁 환경 마련 망 이용 대가 산정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무임승차 방지법을 보면 망 이용 및 제공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계약 조건 부과 금지 계약 조건 미설명 또는 허위 설명 금지 등의 조항이 담겨 있다. 특히 해당 법안은 앞서 발의된 법안을 보완해 사업자 간의 계약 자유 문제에 금지행위 조항을 통한 사후 규제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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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거텀 아난드(Gautam Anand)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유튜브코리아 블로그에 망 이용료 의무화를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출처: 유튜브코리아 블로그 캡처)

유튜버가 피해 본다구글의 반격

구글 유튜브는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린 20일 거텀 아난드 부사장은 유튜브코리아 블로그에 망 이용료 의무화를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망 사용료를 CP에 강제할 시 한국 창작 커뮤니티가 구축해 온 비즈니스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텀 아난드 부사장은 망 이용료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ISP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플랫폼 기업들에 소위 통행료를 내게 하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들로 하여금 한국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건설 업체에 돈을 내도록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이미 ISP에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다“CP들 또한 한국 시청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ISP의 네트워크로 콘텐츠를 가져오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이미 부담하고 있다. 일례로 구글은 지난 10년간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네트워크 인프라에 22억 달러(한화 약 3537억원)를 투자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도입되면 유튜버와 같은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망 이용료 의무화 입법을 반대하는 오픈넷 코리아의 청원서에 서명해달라고 독려했다.

구글이 입법 반대 여론전에 나선 건 한국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해외에서도 관련 법규가 속속 마련될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앞서 구글, 애플 등 대형 앱 마켓(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세계 최초로 통과·시행시켜 국제적으로 조명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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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로고. (제공: 각 사) ⓒ천지일보 2022.07.20

통신 업계 구글·넷플릭스 주장, 사실과 달라

입법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CP인 넷플릭스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ISP 업계는 구글의 태도에 대해 국내 콘텐츠 생태계와 소비자들을 볼모로 자신들이 내야 할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나아가 국회, 업계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협박 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망 무임승차방지법의 대상은 구글을 포함해 넷플릭스 등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일부 해외 CP만 해당한다구글의 주장처럼 일반 CP와 창작자 등 콘텐츠 생태계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국내외 CP 모두가 망 이용대가를 내게 되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구글이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인앱결제방지법을 패싱해 콘텐츠 요금이 올라버린 부분도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독점 해외 CP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망 무임승차방지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 CP에 피해가 없을 것이라도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 CP는 피해보는 게 없다법안의 적용 대상은 전체 기간통신사업자와 대통령이 정하는 대규모 CP로 동 기준에 따르면 현재 법률 적용이 예상되는 CP는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 5개 사업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5개 사업자 중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을 거부하고 있는 2개 사업자에게만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네이버, 카카오, 메타는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기 때문에 입법 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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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 두 달여 만에 여당 간사를 선임하며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용자 통신 요금과는 아직관련 없어

망 사용료 받으면 인터넷 이용자들 요금은 그만큼 깎아 주나요?”

이번 법안을 보는 소비자 중 일부는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망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사업자인 이동통신사가 이용자들 외에도 또 다른 비용을 받는다는 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양쪽에서 요금을 징수하는 모양새에 반감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입법을 반대하는 오픈넷 대표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공청회에서 이 법안은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릴 뿐 이들의 설비투자액(CAPEX)을 보면 망 사용료를 받는다고 해도 이용자들의 편의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통신 업계는 이용자 요금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요금은 정부와 협의해서 정하는 약관이 있는 것이고 지금 해외 CP와 이야기하는 것은 기업 대상 인터넷 전용회선 요금 성격이라며 현재 문제는 빅테크들이 트래픽을 가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자 요금은 사업자가 마음대로 하기 힘든 부분이라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면서 망을 이용하는 빅테크들이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게 현재의 이야기라며 네트워크 투자가 줄어들게 돼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유지의 비극은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에선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그 결과 방목장은 곧 황폐해지고 만다는 걸 경고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인터넷 품질 제고를 위해 CP의 비용 부담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 트래픽은 통신 사업자에게 과도한 네트워크 증설 비용 부담을 초래한다통신사는 연평균 7.4조원 이상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집행하는 등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CP99%가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인터넷 트래픽의 34.3%를 점유하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의 거래 질서를 부정함으로써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는 고품질 인터넷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못하게 되며 인터넷 생태계가 황폐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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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생태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소 CP “망 사용료, 너무 비싸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공청회에 나온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망 이용대가를 정산하는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최 대표는 입법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그동안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던 내용을 법에 의무화한 내용들이 장기적으로 오히려 부가통신사업자 스타트업의 협상력을 약화시켜 추가적인 규제로 작동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망 원가가 어떻게 되는지, 판매 가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이것을 누구한테 얼마를 받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정책을 마련해 달라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우리나라 망 비용이 굉장히 해외에 비해서 많게는 10~20배까지 높은 상황이고 특히 중소 CP에게 훨씬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망 사용료 이슈로 한미 통상 마찰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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