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트렌드 2023’ 출간
한국교회 위기 분석·전략 모색
“온오프라인 병행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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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서울에서 교인 300명의 중형 교회를 이끄는 A목사는 요즘 걱정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현장예배 참여율이 온라인예배보다 극명하게 저조하기 때문이다. 그는 “회복을 기대했지만 주일에도 여전히 본당이 텅텅 비는걸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며 “현장예배 참여율을 끌어올리려면 온라인예배를 중단해야 하나 싶지만 청년 신도들이 떠날까봐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대학교에 재학 중인 개신교인 김하나(27, 여)씨는 입교 시기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며 3년여를 온라인예배로 드렸다. 하지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 최근 다니던 교회가 온라인예배 중단을 선언하면서 김씨는 교회 이동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예배로만 드리다보니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는 게 너무 어색하게 느껴진다”며 “목사님 말씀도 귀에 잘 들리지 않아서 불편하다. 잘 다니던 교회를 옮긴다는 게 쉽진 않지만 온라인예배를 병행하는 교회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이후 한국교회 내에서 등장한 ‘플로팅 크리스천’이란 신조어와 닿아있다. 플로팅 크리스천이란 ‘붕 떠 있는 개신교인’ 또는 ‘여기저기 떠도는 크리스천’이란 뜻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개신교인들이 온라인이나 방송을 통해 예배를 드리거나 일시적으로 예배에 참석하고 있지 않고 있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온라인예배를 드리겠다고 선언하는 신도들이 늘어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현장의 신앙 공간에 모여 하나로 일치되는 기존 오프라인 신앙생활이 아닌 일상이나 사회, 혹은 나 혼자만의 예배 방식을 추구하는 신도들이 늘어나는 것은 종교활동의 전환이란 측면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도들의 신행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플로팅 크리스천의 등장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변화들은 교회들의 위기감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개신교계 국제개발 NGO인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로 맞게 된 이러한 한국교회 변화상을 살피면서 담임목사, 부목사, 개신교인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다가오는 2023년 교회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인 ‘한국교회 트렌드 2023’를 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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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트렌드 2023.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책에 따르면 2000년대 이래 기독교의 성장은 정체되다가 감소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 사회 내에 기독교에 대한 반사회적 분위기가 더 많아졌고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이런 분위기는 더 확산했다. 더이상 개척을 하기만 하면 교회에 사람이 몰려드는 시대는 지났으며 현대의 목회는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와 현대인들의 욕구를 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기아대책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교회의 전국 담임목사 9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현장예배 참석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평균 30%가 감소했다. 지난 4월18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실시한 개신교인 조사 자료에 따르면 '주일예배를 반드시 교회에서 드려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4.1%다. 반면 61.1%의 응답자는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나 가정예배로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 책에서는 ‘플로팅 크리스천’의 등장을 주목해서 다루며 등장 배경부터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고 있다. 책은 “넓은 의미에서 플로팅 크리스천은 여러 교회의 예배를 떠도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신앙생활에 있어 고정된 패턴을 버렸으나 신앙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서  “가나안 성도가 교회에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는 교인이라면 플로팅 크리스천은 코로나같은 불가항력적 힘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등장한 사람들이다. 즉 코로나19로 신앙생활이 느슨해진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SBNR)’ 교인들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짚었다. 과거에는 영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이 같은 말이었다면 현대에 들어서부터는 종교적인 것은 교회등과 같은 조직과 더 연관이 있고, 영적인 것은 교회와 상관이 없다.

즉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을 수 있는, 반대로 종교적이지만 영적이지 않는 신도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플로팅 크리스천이 교회를 다닌다면 SBNR은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

서구 유럽 기독교 국가에서는 이미 SBNR이 존재해왔다. 때문에 서구 학계에서는 2000년대 전후부터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져왔다. SBNR은 교회가 쇠퇴하고 생긴 새로운 형식의 종교적 흐름으로 읽혀지며 마찬가지로 SBNR이 한국교회에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온·오프라인 목회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처치(Hybrid Church)’ 코로나 사태로 대규모 모임이 줄며 분자화된 교회의 현실을 담은 ‘몰리큘 라이프(Molecule Life)’ 공공 영역에서 교회의 역할을 제시한 ‘퍼블릭 처치(Public Church)’ 격차 교회 서바이벌 목회(Polarization of Church, Survival Ministry)’ 등 책에서는 한국교회에 당면한 변화 과제들을 살피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을 던진다. 

지용근 목사는 “플로팅 크리스천과 SBNR 같은 단어들은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제 교회도 온라인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됐다.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갈 수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먼저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전략에 따라 미래 세대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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