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팬심(fan心, 스타 향한 마음)’에 오빠도 질렸다
밤샘 기다림은 기본, 20만 원 주고 사생택시로 스타 쫓기도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스타들을 좋아하는 사생팬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사생팬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스타들을 쫓아다니며 사생활을 들추는 극성팬이다. 이들은 밤새 스타 집 앞에서 기다리며, 택시를 타고 도로 질주도 마다치 않는다.

▲ 배우 장근석이 사생팬에 대해 경고의 글을 남겨 화제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장근석이 사생팬에 경고의 글을 트위터에 남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장근석은 “사생팬 아이들아. 너희는 날 쫓아다니며 나에 대해서 일거수일투족을 다 안다고 기만하며 수군대고 있겠지. 근데 그거 아냐? 그만큼 너희는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음. 웃을 수 있을 때 웃어라, 나 화나면 무서운 남자야~”라는 글을 남겼다. 사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극성맞게 애정을 과시하는 팬들에게 경고한 것. 이에 네티즌들은 “그래도 팬인데 너무 막말했다”는 반응과 “오죽하면 저런 글을 남겼을까”라는 반응으로 갈렸다.

사생팬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돌 그룹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사생팬이 부각됐다. 이들은 ‘도를 넘어섰다’는 사회적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스타들조차 사생팬을 부담스러워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스타의 ‘일과’는 기본

사생팬은 스타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간다. 방송사에서 공연장으로, 공연장에서 소속사, 숙소로 택시를 타고 쫓는다. 이때 택시는 4인 기준 하루 20만 원 정도의 돈이면 온종일 타고 다닐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숙소 앞에서 밤을 새우는 사생팬도 있다. 이렇게 기다린 끝에 연예인 얼굴을 보는 시간을 불과 2~3초. 하지만 이들은 그 순간을 위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진을 치고 있다.

사생팬은 스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이에 스타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내기까지 한다. 이와 관련해 사생팬을 바라보는 스타들은 어떠한 심정일까.

지난 7월 아이돌 그룹 JYJ의 멤버 김재중은 사생팬으로 인한 괴로움을 트위터에 토로했다. 김재중은 “스타라면 감수해야 할 것치곤 좀 지나치다”며 “7년 동안 밥 먹을 때 일할 때 휴식을 취할 때 집을 들어갈 때마다 죄인처럼 눈치를 보고 숨어 다녀야 하는 게 정상적인 생활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재중과 같은 JYJ 멤버인 박유천 역시 “집 앞에 있는 분들 돌아가 달라. 아무리 생각해도 안티팬 같다”며 “진짜 힘들고 싫다. 제발 좀 따라오지 말아 달라. 집 앞에도 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 맹목적 스타 사랑보다 ‘자아 찾기’가 우선

사생팬은 중·고등학생으로 10대가 가장 많다. 이들은 조퇴와 결석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10여 년 전 한 아이돌 그룹의 사생팬이었다던 김예연(가명, 26) 씨는 “사생팬으로 살아가던 시절, 학교에 가지 않고 (숙소 앞에서) 밤을 새우는 건 기본이고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치기도 했다”며 “(출석 일수 때문에)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으니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2년간의 일들이 후회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생팬들에게 “연예인의 삶에 자신을 맞추면 안 된다. 10대답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학교 가정에서 이들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사생팬이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민경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원은 “우리나라 청소년은 외국에 비해 열정과 욕구를 쏟을 만한 여가활동이 마땅치 않아 극성팬 활동에 열정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부 극성팬들 사이에 마치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팬’이라는 식의 잘못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족과 학교에서는 사생팬 행동을 금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연예인이 왜 좋은지에 대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 연예인의 장점을 강조해 좋아하는 연예인을 건전한 역할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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