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9일 SBS ‘뿌리깊은 나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장혁과 신세경, 슈퍼주니어 김기범 등 국내외 팬들이 드라마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쌀화환을 보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스타 이름 내건 장학기금 조성… 불우이웃돕기용 쌀화환 가득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팬들의 스타 사랑이 진화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선물하는 대신 스타 이름을 내걸고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팬들이 증가하고 있다.

공연장에는 화환이 아닌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쌀화환이 로비를 장식하고 있으며, 스타의 선물로는 시계, 옷 등 값비싼 물건이 아닌 스타의 이름을 내건 기부금이 대신하고 있다.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팬덤문화가 이제 나눠주고 기부하는 사회공헌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의 팬들이 뮤지컬 ‘삼총사’의 첫 공연에 쌀화환 180㎏을 보냈다. 이 쌀은 서울 연세세브란스병원에 희귀성 난치질환을 겪고 있는 9살 환자에게 전달됐다.

더 나아가 팬들이 스타 이름을 딴 기금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초 가수 김현중의 팬클럽 ‘마이클럽 지후현중앓이’는 아름다운재단에 ‘김현중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열흘간 시행된 이벤트 모금에 260여 명이 참여해 기금 1491만 7564원을 조성했다. 이 기금은 보육시설 퇴소 및 거주 대학생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사업에 쓰였다.

이러한 기부문화는 팬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기부컨설팅팀장은 “최근 팬클럽의 활동이 다양화되면서 기부 역시 하나의 팬클럽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스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선물 공세, 악성 댓글 달기 등 팬클럽에 대한 부정적인 문화 속에서 이런 기부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영향력은 기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밤을 새우면서 촬영하는 스타와 스태프를 위한 도시락을 마련한다. 스타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스타뿐만 아니라 제작진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한 것. 이들은 도시락에 스타의 이름과 응원의 메시지를 새겨 넣는다. 이로써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힘을 주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동료 연예인이나 제작진에게 심어주게 됐다.

방송 제작진들은 팬의 사랑을 어떻게 볼까. 이들은 스타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팬 문화에 대해 ‘성숙한 문화 정착’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부 등) 좋은 팬덤문화가 팬들 사이에서 경쟁이 심해져 과열 양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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