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강조하나 파리협약 협력 없어

image
미국 앨라배마 연안에 설치된 엑손모빌의 석유시추 시설 (출처 : EPA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기후 온난화에 따른 탄소 중립 정책 추진에 대한 세계적인 거대 석유 산업 경영진이 친환경 투자를 대대적으로 광고했지만 사실상 알맹이 없는 선전뿐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하원 위원회가 탄소 중립 감독개혁을 위해 확보한 석유 산업 기업들의 내부 문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유럽계 석유 메이저인 로열 더치 셸은 지난 2020년 최고경영자(CEO)의 연설자료를 준비하던 한 직원이 함께 작업을 하던 동료들에게 보낸 내부 이메일에서 “탄소 중립에 대한 회사의 발표는 우리 회사 사업 계획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로열 더치 셸은 탄소 저감 방식에 대한 연구·개발과 함께 클린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선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는 과학자들이 탄소배출과 기후변화에 대한 연관성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 산업 업계는 화석 연료의 연소가 지구 온도 상승을 주도하는 주범이라는 사실에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돼 공분을 살 것으로 보인다.

뉴욕 민주당원 캐롤린 B. 말로니 의원과 함께 탄소 중립 관련 내부 자료를 조사한 캘리포니아 민주당원 로 칸나 의원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석유 산업계 경영진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고 원유가 기후 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인정했지만, 아무도 기후변화 차단에 대한 실질적 정책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도 내부 문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업계의 노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엑손모빌은 지난 2019년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회의에 앞서 석유 업계에 공문을 보냈다. 석유 업계가 발표할 기후변화 관련 대책에 “파리 협정 목표를 옹호하기 위한 잠재적인 약속을 만들 수 있다”에 대한 언급을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파리 협약은 재앙에 가까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세계 국가들이 2015년에 체결한 협약이다. 협약에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담고 있다. 파리협약 체계 아래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2050년 전후로 전 세계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엑손모빌의 환경정책 담당 임원은 “파리협약에 대한 지지나 참여 같은 느낌을 줄 경우 석유업계 전체가 파리협약의 목표 달성에 내몰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에게 보내진 이메일에 따르면 미국의 또 다른 석유 메이저 셰브런도 파리협약에 대한 언급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엑손모빌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광고 제작 과정에서 2018년 해조류를 활용한 친환경 바이오 연료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제작했다. 그러나 엑손모빌 경영진 중 한 간부는 “수십 년이 지나야 그런 기술이 실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