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서 약 200m 늘어선 줄
“코로나 이후 최대 관람객”
4대 궁·종묘, 왕릉 무료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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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홍보영·조성민 기자] 민족 고유의 명절을 맞은 10일 서울 도심 곳곳 주요 명소들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은 청와대에 들어가려고 대기선 시민들. ⓒ천지일보 2022.09.10

[천지일보=홍보영·조성민 기자] “추석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지난 5월 청와대가 개방된 이후 처음 맞는 추석인 10일. 청와대 입구 인근에서 주차하러 간 자녀를 기다리고 있던 배상일(가명, 70대, 서울 관악구)씨는 자녀가 아직도 헤매는 모양이라며 1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족 고유의 명절을 맞은 이날 서울 도심 곳곳 주요 명소들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핵가족화하면서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청와대가 개방하면서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배려해 부모들이 관광할 겸 ‘역귀성’을 하는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나들이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특히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명절이라 코로나19 사태 이전만큼의 인파로 들뜬 분위기였다.

전주에서 온 이종덕(70, 남)씨는 “서울에 사는 아들네도 보고 처음으로 청와대를 구경하고 싶어 겸사겸사해서 오전 8시부터 집을 나서 자차를 몰고 왔다”며 “올 때는 차가 막히기도 했지만 도착해서 나들이를 나오니 날씨도 선선하고 기분이 상쾌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일산에서 남편과 함께 온 이영순(가명, 68, 여)씨도 “자녀들이 지방에 있는 부모님을 대접하려고 청와대로 효도 관광을 많이 보내 여기가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며 “그런데 추석이라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줄이 엄청나게 길어 못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를 들어가려고 입구에서부터 담벼락에 걸쳐 늘어선 줄은 약 200m로 상당히 길었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거나 손자의 손을 잡고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물가 상승에 따라 차례를 생략하고 나들이를 택한 시민도 있었다. 한 노부부는 “추석이지만 차례는 지내지 않고 기일에 제사만 지내기로 했다. 차례를 20년 넘게 지냈지만, 현재 물가가 너무 비싸서 이번에는 생략하기로 했다”며 “예전에는 시금치 한 단에 2000원이었지만 지금은 7500원”이라며 “아들 부부가 모두 맞벌이하고 있는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풀어 주기 위해 서로 편하게 지내게 해주려고 이렇게 놀러 나왔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에 따르면 추석 연휴 간 청와대 관람 온라인 예약 규모는 전날 2만 1000여명, 이날은 3만 1000여명이다. 추석 다음날인 11일에는 예약자가 3만 9000여명으로 개방 이후 여태껏 하루 최대 청와대 방문자는 3만 6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최다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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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조성민 기자] 민족 고유의 명절을 맞은 10일 서울 도심 곳곳 주요 명소들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은 경북궁내 붐비는 관람객. ⓒ천지일보 2022.09.10

경북궁에도 역귀성한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경기 성남에서 온 문지윤(31, 여)씨는 “경남 창원에 계신 시부모님께서 서울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시며 올라오셨다”며 “시부모님은 경복궁을 관람한 뒤 청와대 구경도 할 예정이다. 시부모님 때부터 차례는 지내지 않고 이렇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 감소세가 이어지고 출입국 제한이 자유로워지면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였다. 이들은 갓, 칼, 한복 등을 갖춰 입고 궁내 곳곳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코로나로 그간 오고 싶어도 못 왔다는 관광객도 있었다. 추석인 줄 모르고 한국에 온 재미교포 찰스 오(79, 미국 워싱턴)씨는 “한국이 그리워 해마다 왔지만,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오지 못했다”며 “추석인지 모르고 한국에 왔는데 여기에 코로나 거리두기까지 풀려 친구들이 모두 가족 모임을 가져 혼자 서울을 여행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되고 좋은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경복궁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려 코로나 이후 최대 관람객들이 경복궁을 찾았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과 거의 비슷하게 명절 기간 하루 3만명은 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이어 “관람객 중 40%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며 “이전에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안 왔지만 그래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궁 인근 전통복을 대여하는 김순영(가명, 60)씨는 “코로나 이전보다 못하지만, 거리두기가 풀려 한숨 돌린 상황”이라며 “다만 코로나 명절 기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코로나 이전만큼 회복하려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와야 가능하지 않겠냐”고 짐작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첫 대면 명절이라 명소 곳곳에선 연휴 기간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국립무형유산원 중정에선 ‘무형유산 풍류’ 체험행사를 진행했으며 청와대에선 지난 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청와대, 칭칭나네’라는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행사를 준비했다.

또 연휴 기간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휴무일 없이 무료로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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