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출범 직후 큰 암초를 만났다. 위법성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김 국장이 방송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새로운 의혹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혼란스러운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정치권과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행안부·경찰청 업무보고에 배석한 김 국장은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시달렸다.
김 국장은 1989년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하고 그 대가로 경찰에 대공요원으로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녹화사업(사상전향 공작) 대상자로서 프락치(끄나풀) 노릇을 하면서 대학 서클 동향을 적극적으로 보고했다는 의심도 제기된 상황이다.
여러 야당 의원들은 행안위에서 김 국장의 경찰 입문 경위가 석연치 않다며 사실관계를 캐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김 국장이 인노회에서 활동하다 1989년 4월 잠적한 뒤 7월에 서울 홍제동의 대공분실을 찾아가 자신의 활동에 대해 진술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 시기가 그해 1월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경찰공무원임용령에 ‘대공공작업무와 관련 있는 자’를 경장으로 특채하게 돼 있었다”면서 “임용되기 전에 어떤 대공 공작 업무를 했느냐”고 추궁했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도 김 국장이 ‘인생의 스승’이라고 밝힌 홍승상 전 경감의 언론 인터뷰를 인용하며 “당시 수사에서 김 국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내가 특채로 받아줬다고 했는데 홍 전 경감은 잘 알다시피 인노회 사건을 해결한 주역”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이 독재정권의 앞잡이가 돼 민주인사들을 투옥·고문했던 과거를 상기하기에 충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초대국장으로 걸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김 국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거취를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고 맞섰다.
또 “인노회는 (북한) 주체사상에 심취한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주도해 만든 단체”라며 “주체사상에 심취돼 노동당과 수령에 복종하는 삶을 사는 게 정의였을까. 그걸 버리는 게 정의였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김 국장이 상임위에 출석할 때마다 공세를 이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김 국장 역시 보안사령부가 보관 중이던 문서가 언론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불법유출’이라며 “누가 유출했는지 색출하기 위해서 적절한 형사적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거취를 둘러싼 공세와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야당의 김 국장 교체 압박에 거취를 검토해보겠다며 여지를 열었다.
다만 이 장관은 “앞으로 어떤 사실관계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한 사람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인사조치를 한다는 것은 성급하다”며 “김 국장의 30년 생애와 명예도 중요하다. 그가 받고 있는 의문이 합리적인가 하는 부분도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여 그저 언급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