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물가까지 여파 이어져
“상한 채소, 우리가 처분해야”
토마토값, 폭우 전보다 2배 ↑
“고춧잎도 물맞고 죄다 시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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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5일 충북 청주시 가경터미널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6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15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충북도내 곳곳에서 비 피해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 도내 50여개 농가와 36개 주택 침수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농작물 가격도 ‘껑충’ 뛰었다. 이에 집중호우로 인한 연쇄 나비효과는 농가는 물론 식탁 물가에까지 그 여파를 끼칠 전망이다. 

15일 광복절 연휴를 맞이한 충북 청주시 가경터미널시장 상인들은 폭우로 인해 치솟은 과일값과 채솟값으로 깊은 시름에 잠겨있었다. 

“손님은 확 줄고 물가는 뛰어”

가경터미널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고 있는 박모씨는 “이곳은 지대가 높아 비 피해는 없었다”며 “진짜 문제는 물가가 워낙 뛰다 보니 장 보러 나오지 않아 확 줄은 손님”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토마토 값이 정말 많이 뛰었다. 비 오기 전에 한 바구니에 3000원 하던 게 지금은 5000원에서 비싸게 받는 곳은 6000~7000원까지 받으니 두 배로 올랐다고 봐야 한다”며 “과일은 특히 비 오면 당도가 떨어진다. 그러니까 당도 있는 건 비싸지고 당도 없고 물 먹은 과일은 오후 되면 죄다 터진다. 싸다고 갖고 와도 버리는 게 부지기수”라고 착잡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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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5일 가경복대시장에 진열된 채소들. ⓒ천지일보 2022.08.16

대파·깻잎 등 채소장사를 하는 서모씨 역시 “2000원 하던 대파가 3500원 한다. 채솟값이 정말 많이 올랐다. 깻잎도 우리 가게는 싸게 팔아서 1000원에 묶음으로 팔지만 다른 데는 1500원~2000원씩 받는다”고 상황을 전했다. 

“오른 물가와 농작물 피해 힘들어”

나아가 “침수로 흙투성이가 된 가게보다 더 힘든 건 오른 물가와 농작물 피해”라며 고충을 털어놓는 상인도 있었다. 

같은 시장에서 부부가 함께 야채청과 상점을 운영하는 부인 장모씨는 “오늘 새벽 4시에도 서둘러서 늘 야채 떼오던 밭을 갔는데 그 밭에서 다 무르고 녹은 야채를 줬다”며 “그날 가져왔다 그날 버리기 부지기수다. 얼갈이배추가 비 맞아서 녹았다. 논밭에도 물이 차니까 시금치 같은 농작물들이 물에 잠기잖나. 시금치가 물에 둥둥 떠다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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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5일 오후 가경복대시장에서 한 시민이 채소 가판대를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6

그러면서 “뉴스나 신문에서 ‘침수’하면 흙투성이 된 가게만 이야기하는데 실상 들여다보면 상인들이 힘들어하는 건 이런 고충이다. 병든 야채를 어쩔 수 없이 떼오지만 그걸 소비자들에게 팔순 없지 않나. 사 온 상인이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게 제일 답답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도내 49.4㏊ 농가 피해… 청주 1위

14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도내 49.4㏊ 규모의 농작물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중 고추·대파 등 채소 피해가 16.2㏊로 가장 많았고 콩·옥수수 등 밭작물 피해가 13.8㏊로 뒤이었다. 농경지 피해는 1.4㏊로 16일 잠정 집계됐다. 광복절 이후 간헐적 폭우가 이어지면서 8~16일 지역별 누적 평균 강수량은 264㎜를 기록했다. 시군별 강수량 순으로는 청주가 394.9㎜로 가장 많았고 ▲단양 309.5㎜ ▲제천 299.6㎜ ▲충주 292.9㎜ ▲증평 281㎜ ▲음성 270㎜ ▲괴산 268.5㎜ ▲보은 253.8㎜ ▲진천 219㎜ ▲옥천 172.5㎜ ▲영동 142.5㎜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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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청주시 송절2동 한 밭에 심긴 녹두가 폭우로 인해 시들어있다. ⓒ천지일보 2022.08.16

15일 청주시 송절2동 고추밭에서 만난 농민 최모씨는 “우리 논은 작물끼리 간격이 넓어서 그나마 낫다. 다른 집은 고춧잎이 물맞고 뒤엉켜서 죄다 시들었다고 하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최씨가 보여준 고추밭 곳곳의 잎사귀는 시들어있었고 작물들도 여럿 병들어있었다. 그러면서 “녹두를 두 포대 정도 심어놨는데 오늘 따려고 보니까 겉도 검고 속도 다 썩어 있었다. 물이 들어가서 작물이 썩어버린 것”이라며 녹두를 직접 따 속껍질을 꺼내 보였다. 그나마 피해가 덜하다는 최모씨의 밭 역시 호우의 피해가 여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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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폭우 뒤 수확한 녹두 속껍질 모습. 겉과 속이 전부 상해있다. ⓒ천지일보 2022.08.16

당분간 물가 시름 계속돼

송절2동 곳곳에는 버려진 밭들도 있었다. 본래 지대가 낮아 여름철마다 침수가 잦았다는 송절2동 동네 입구에는 비닐하우스와 논밭 몇몇 개가 방치돼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마을 주민 이모씨는 “2017년도에 자동배수펌프를 달아서 그나마 비 피해가 줄었다”며 “작년에는 펌프가 고장 나서 침수가 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둘러본 비닐하우스와 논밭에서 최근 들이닥친 빗물의 여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빗물로 인해 작물 잎이 노랗게 시들고 비닐하우스 지지대는 녹슬어있었다. 흙 속에 파놓은 물길은 ‘시간당 90㎜’씩 쏟아진 물 폭탄으로 인해 흙덩이가 뒤엉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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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폭우 피해가 여실히 드러난 청주시 송절2동 한 밭. ⓒ천지일보 2022.08.16

충북 도내 비가 멎으면서 도민과 상인 모두 침수 걱정은 한시름 놓은 모양새다. 그러나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농작물 물가가 훌쩍 뛰면서 당분간 폭우의 잔상은 지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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