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8월까지 결정 요청
중국 견제 ‘반도체법’도 마련
中, 칩4 견제 연일 수위 높여
대만에 군사훈련·경제 보복도
韓 칩4 불가피에 中 달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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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한국의 ‘칩(Chip)4(한·미·일·대만)’ 가입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이달 말까지 칩4 가입 여부를 요구했으며, 중국은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칩4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 달래기도 관건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한국은 난감한 상황에 노였다. 미국은 기술력을, 중국은 시장을 갖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거나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칩4 동맹은 지난 3월 미국이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반도체 강국을 대상으로 처음 제안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 지적재산(IP)들이,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제조사가, 일본은 소재 분야에서 강점이, 대만은 TSMC와 같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가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이달 말까지 칩4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해 8월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은 지난달 28일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가’에 투자를 제한하는 반도체법을 의회에 통과시켜 우리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중국에 각각 2개 이상 운영하고 있어 칩4에 참여할 경우 무역과 공장 운영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역시 첨단 반도체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가 없으면 중국 전자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연일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자유무역 원칙을 표방하면서 국가 역량을 남용해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가 고도로 융합된 배경하에 미국의 이런 행보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고 민심을 얻지 못하며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달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의 21일자 사설에는 “중국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최대 시장이자 전 세계 최대 시장이다”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등 한국의 칩4 참여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23일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급망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적극적 외교’를 주문했다는 보도를 인용해 “한국이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 분야 견제에 맹목적으로 참여할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말한다”고 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실제로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당시, 중국은 ‘한한령(한류 금지령)’ 등의 보복 조치로 관광과 유통업에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중국이 대만을 향한 군사훈련과 경제 보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아울러 칩4 가입 결정을 앞둔 한국에 보내는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중국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8~10일 중국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칩4와 관련해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적극 설명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칩4는 산업 증진에 방점을 둔 협력으로 중국을 겨냥·배제하는 게 아니며 국익 차원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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