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내달까지 결정 요청
中 당국, ‘칩4’에 연일 견제
“韓 반도체 수출의 60%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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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2.07.24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싸움에 한국 반도체 업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이 구상 중인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Chip)4(한미일·대만)’에 한국이 참여 여부를 검토하자 중국이 견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기술력을, 중국은 시장을 갖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거나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한국에 칩4 참여 여부를 내달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데드라인은 8월이 될 전망이다.

앞서 칩4 동맹은 지난 3월 미국이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반도체 강국을 대상으로 처음 제안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 지적재산(IP)들을,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제조사를, 일본은 소재 분야에서 강점을, 대만은 TSMC와 같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가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중국에 각각 2개 이상 운영하고 있어 칩4에 참여할 경우 무역과 공장 운영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역시 첨단 반도체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가 없으면 중국 전자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중국은 연일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3일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급망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적극적 외교’를 주문했다는 보도를 인용해 “한국이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 분야 견제에 맹목적으로 참여할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말한다”고 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실제로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당시, 중국은 ‘한한령(한류 금지령)’ 등의 보복 조치로 관광과 유통업에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지난 21일자 사설에는 “중국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최대 시장이자 전 세계 최대 시장이다”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등 한국의 칩4 참여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21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수줴팅 대변인은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은 현재 각 당사국이 고도로 주목하는 세계적 문제”라면서 “중국은 그 어떤 협력 체계든 차별성이나 배타성이 아닌 포용성과 개방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중국은 그 어떤 협력 체계든) 글로벌 시장을 훼손하고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계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지난 19일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고 글로벌 시장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자유무역 원칙을 표방하면서 국가 역량을 남용해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가 고도로 융합된 배경하에 미국의 이런 행보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고 민심을 얻지 못하며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8월 말까지 칩4 가입 여부를 두고 고심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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