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삼정, 500억원 소송
오는 9월 항소심 판결 주목
동물원 없는 대도시 ‘불명예’
市 “현재 정상화 방안 없어”
議 “시에 동물원 필요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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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5일 휴원한 지 2년여 기간이 흐른 삼정더파크 입구가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5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부산의 유일한 동물원인 ‘삼정더파크’가 문을 닫은 지 2년여가 흘렀지만, 정상화가 안갯속을 걸으면서 시민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현재 더파크 운영사인 향토기업 삼정기업과 500억원대 민사 소송을 벌이는 중으로 오는 9월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본지가 5일 더파크를 찾았을 때 매표소 앞은 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운영을 중단한 지 오랜 시일이 지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이대공원을 향해 걸어가던 주부 김영선(가명, 40대, 여)씨는 “도대체 동물원은 언제 문을 여는지 모르겠다”며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호기심 많은 아들 녀석이 동물원을 하도 좋아해 두 번 정도 갔었는데 그 뒤로 문을 닫아버려 조르는 아이를 달래느라 애를먹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4년 표류하던 동물원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부산시가 내건 ‘의무 매수’ 약속은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동물원 측은 휴원 2년 동안 동물 사료비와 운영비에만 57억원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부산시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기에 앞서 방치된 관광자원부터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은 시행사의 부도로 표류하던 더파크 사업을 매듭짓기 위해 삼정기업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시는 ‘동물원을 준공해주면 훗날 의무 인수하겠다’는 ‘매수확약서’를 썼고 시공사였던 삼정기업은 500억원을 대출받아 2014년 동물원을 준공했다.

2017년 약속했던 3년 운영을 마친 삼정기업은 약속대로 대출 500억원을 승계하라며 ‘매수확약서’를 시에 내밀었지만, 시는 당장 승계가 어렵다며 3년 더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예상보다 길어진 6년간이나 동물원을 운영한 삼정기업은 2020년 더는 운영을 못 하겠다며 재차 확약서 이행을 시에 요구했으나 시는 동물원 토지 중 1필지에 정리되지 않은 지분이 있다는 이유로 대출 승계를 또다시 거부했다.

삼정기업은 일부 토지에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는 건 6년 전 확약서 작성 시에도 알고 있지 않았냐며 따졌으나 시는 동물원을 인수할 기업을 구해주면 어떻겠느냐고 자세를 바꿨다. 하지만 오거돈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성 추문 사퇴로 시는 인수 기업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

같은 해 삼정기업은 어린이날을 앞둔 4월 24일을 끝으로 휴원을 신청했고, 2개월 뒤인 6월 부산시를 상대로 500억원 민사 소송에 돌입했다. 1심 재판부는 매수청구의 의사표시만으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부산시의 손을 들어줬고, 삼정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부산은 또다시 동물원이 없는 인구 350만 대도시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부산시는 2020년 5월 더파크 휴원 직후 가정의달을 맞아 시민 비난이 속출하자 동물원 정상화를 위해 부랴부랴 민·관 협의체를 꾸리고 부지 확장 등 정상화 방안을 내놨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실현된 안건은 없다. 꾸려졌던 협의체 또한 사람들의 비난이 잦아들자 슬그머니 활동을 끝내버려 비난을 더욱 자초했다.

일각에선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부산시가 고압적인 자세보다는 동물원 재개장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부산시가 다급할 땐 각서까지 써주며 약속했다가 급한 불을 끄고 나니 뒷수습을 외면한 탓에 불거진 일이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개 소송 당사자 간 자기 것이라며 다툼을 벌이는데 이번 사안은 부산시와 삼정이 서로 ‘내 것이 아니다’로 소송을 하고 있다. 문을 닫고 있는 중에도 사육사들이 동물들을 잘 돌보고는 있다지만,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물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은 자명하다.

삼정더파크 정상화와 관련해 부산시 공원운영과 관계자는 “현재 동물원 정상화를 위해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조치는 없다”며 “올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임시 개장과 관련해 더파크 측과 협의를 시도했으나 소송 진행으로 사실상 답보상태”라고 전했다.

안재권 부산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은 “지난달 첫 업무보고 때 어린이들이 갈 수 있는 동물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고, 시에서도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답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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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5일 휴원한 지 2년여 기간이 흐른 삼정더파크 매표소 입구가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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