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방증하듯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유통, 자재, 금융 등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0년대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스카우트해 현대전자에도 몸 담았던 박광수 칼럼니스트가 올해 75주년을 맞은 현대그룹을 파헤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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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전자 등에서 40년간 근무했다. 연구개발·생산기술·기획·품질관리·영업·구매 관련 분야를 망라한 것은 물론 영어와 일어에 능통해 미국 일본 등 해외주재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기업경영 컨설턴트, 기업초빙강의 전문가와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천지일보 2022.08.05

<13>아산 정주영 회장의 현대차

鄭회장, 일제때 자동차 수리회사 설립

성실함과 근면성으로 엄청난 부 축적  

첫 국산기술로 만든 포니 1976년 출시

 

기아자동차 인수 후 다양한 차종 보유

정몽구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등재 

바이든 방한때 정의선 회장 50분 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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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을 방문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정주영 회장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서 일제강점기 시절인 1940년 3월 합자회사 형태의 자동차 수리회사인 아도서비스를 설립해 성실함과 근면성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우연히 발생한 화재로 전 재산을 하루아침에 허공으로 날리게 됐지만, 신용이 높은 정주영 회장에게 또다시 담보 없이 자금을 빌려준 사업가인 오윤근 사장 덕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정 회장은 세월이 흘러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주무자가 됐다. 정주영 회장은 고속도로를 고속으로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 세계에서 열여섯 번째로 순수 국산 기술을 활용해 만든 포니 승용차를 1976년 출시했다. 이는 본격적인 독자개발 한국산 자동차 사업의 시대를 열어가는 계기가 됐다. 포니는 국산 말로 ‘조랑말’이라고 표현되기도 했고, 1차 고객은 주로 택시를 운용하는 택시회사였다.

택시는 1979년 기본요금이 300원 정도였고, 주행 요금은 400미터당 40원 정도로 당시 대중교통인 버스요금이 9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반 서민들은 급한 일이 아니면 이용이 다소 부담스럽던 시절이었다. 포니의 최대 약점은 에어컨이 미장착 돼 여름에는 승객들이 더위를 참고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승차감이 향상되고 에어컨이 장착된 중형차인 2000cc 택시가 운행되면서 포니는 점차 시장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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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센트. (제공: 현대차그룹)

◆최장수 모델 ‘쏘나타’ 8세대까지 출시

그리고 1994년 개발된 소형차인 액센트(Accent)는 6세대인 현재까지 변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젊은 세대가 처음 구매하는 차로 인기를 얻었다. 이 차종은 소형차에 맞게 작고 프론트 범퍼 폭이 비교적 넓게 설계돼 컴팩트한 차량의 인상을 줬고, 현대차 특유의 심플한 실내 기능 활용성을 주고 있으며, 적당한 크기의 중앙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쾌적한 영상을 전했다. 특히 직관적인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 계기판을 클러스터에 삽입해 아주 편하게 주행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특징을 주면서도 손에 잡기 쉬운 도어 인사이드 핸들을 통해 실용적인 실내 인테리어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액센트는 디스크 브레이크를 통해 높은 제동력을 연출하며, 후방카메라 ECM Room Mirror를 통해 사각지대 완벽 커버를 구현시킨 승용차였다. 

현대차는 현재 국민차로 불리는 쏘나타 개발 이전에 중형차 고유모델인 스텔라를 개발, 생산 출시했다. 스텔라는 당시 미국 포드와 제휴를 통해 생산하던 코티나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활용하고, 포니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이아로의 디자인과 미쓰비시의 엔진 등이 합쳐져 5년간 개발 끝에 출시됐다. 이 모델은 현재 8세대 쏘나타(SONATA) DN8까지 이어지며 누적 판매 대수가 무려 160만대로 현대차의 최장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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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N 라인. (제공: 현대차그룹)

현대차는 1995년 ‘마르샤’를 출시하는데 쏘나타 2세대와 3세대 플랫폼을 공유해 개발했다. 차량 크기는 쏘나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형차인 그랜저의 파워트레인과 옵션이 탑재된 최고급 승용차로서 최고 출력 173마력을 발휘하는 2500cc V6 가솔린 엔진이 채택됐고 오토에어컨, 우드그레인 마감재 등이 적용된 준대형 승용차였다.

그리고 현대차는 1996년 국내 최초의 준중형 RV 차량인 싼타모를 출시했고, 당시 국내에 생소한 7인승 MPV(Multi-Purpose Vehicle)라는 카테고리를 만들며 지금의 7인승 RV & SUV 모델의 원조모델로 판매되다가 2002년에 단종됐다.

2001년 테라칸이라는 프레임 바디 기반의 정통 SUV를 출시하고 2500cc 디젤엔진과 에쿠스에 탑재된 3500cc 가솔린엔진이 채택면서 이후 베라쿠르즈, 맥스크루즈 차종 모델로 이어졌으나 현재는 초대형 팰리세이드로 변경돼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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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형 그랜저. (제공: 현대차그룹)

◆대표 세단 그랜저, 6세대까지 ‘36년 역사’ 

현대차는 대형자동차의 원조인 1세대 각 그랜저(1986년 7월~1992년 9월)를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와 합작해 개발 출시했다. 초기는 2000cc에 5단 수동변속만 출시하다가 2400cc에 전자제어식 4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그랜저를 시장에 판매한다. 이어 1989년 9월 164마력 V6 3000cc 그랜저를 출시하는데 이 모델은 6기통 타입 승용차이다.

2세대 그랜저 LX(1992년 9월 18일~1998년 9월)는 뉴그랜저라는 모델로 2000cc, 2400cc, 3000cc급 3종류가 출시되는데 곡선형 타입이며, 실내 공간도 종전보다 커져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3세대 그랜저 XG(1998년 10월~2005년 8월)는 현대차가 미쓰비시와 협업하지 않고 단독으로 개발 출시했고, 2세대 약점인 프레임리스 도어누수, 미션 변속충격 등 몇 가지의 잔고장 원인을 개선했다.

4세대 그랜저 TG(2005년 5월~2010년 12월)는 에쿠스와 패밀리룩을 이뤘던 XG와는 차별화한 모델로 소나타와 패밀리룩을 형성했다. 본넷 엠블럼이 사라지면서 급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논란이 초반에 발생했지만, XG에 비교해 차체와 쾌적한 주행 성능을 높인 장점이 있으며, 곡선 위주의 차체를 디자인해 고객들의 파격적인 인기를 끌면서 판매 대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5세대 그랜저 HG(2011년 13일~2016년 11월)는 당시 판매가격 기본이 3000만원이 넘는 차로 주행 시 부드럽기만 했던 특유의 승차감에 단단함이 가미돼 출시됐다.

6세대 그랜저 IG(2016년 11월 22일~2019년 11월)는 개발기간 만 5년이 걸린 모델로 조금 더 젊고 스포티한 감각과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디자인으로 변경됐고, 벤츠 E클래스나 S90와 비교해 주행 성능이 큰 차이가 안 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게 출시됐다는 평가를 고객들로부터 받았다. 

페이스리프트 돼 출시한 6세대 그랜저 IG(2019년 11월 19일~현재)는 12.3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와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를 전체 트림에 장착했고, 스웨이드 내장재와 뒷좌석 수동커튼 등을 기본사양으로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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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형 에쿠스. (제공: 현대차그룹)

◆미쓰비시와 공동개발 초대형 승용차 ‘에쿠스’ 

현대차는 초대형 승용차인 에쿠스를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해 1999년 4월 28일에 출시했고 2015년 12월까지 생산 판매했다.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과 천마를 상징하며, 영어로는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독창적인 명품 자동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외수출은 현대차브랜드로만 수출됐고, 수출국에 따라 센터니얼이라는 브랜드도 사용됐다. 차체가 각이 지어져서 1세대 차는 ‘각쿠스’라는 애칭도 불렸다.

2003년 11월 페이스리프트 한 모델이 출시되는데 전면부의 그릴 형상이 완전히 바뀌고 방향지시등이 호박색에서 하얀색으로 변경돼서, 기존의 벌브타입에서 LED 등을 탑재시키어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나게 해줬다. 후면부는 넓은 삼각형 형태의 리어리프트로 변경시키고 번호판을 범퍼에서 트렁크자리로 옮겨 신차느낌을 주게 됐으며, 실내도 최고급 냉난방 통풍시트가 적용됐다. 

2015년 2월에 V6 3800cc 람다엔진(JS380)이 추가되면서 V6 3000cc 시그마엔진 차종을 단종시켰고 그해 2월 6일 3300cc 람다엔진이 추가되면서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브로드캐스팅)기능이 채택된 차를 출시하지만 재고 소진 후 단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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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80. (제공: 현대차그룹)

◆현대차 럭셔리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

그리고 현대차는 2015년 11월 4일 제네시스(Genesis) 브랜드를 자사의 최고급 독립 브랜드로 발표하고, 독일의 러셀하임, 한국의 현대차 남양연구소, 미국 얼바인에서 설계 및 디자인된 제네시스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출시했다. 

제네시스는 2020년까지 6종의 제품라인업 모델을 출시하면서 에쿠스라고 불리었던 현대차의 플래그쉽 럭셔리 세단은 Genesis Brand란 명칭으로 ‘EQ900’를 2015년 개발 판매했다. 현대차는 지난 10년간 누적시킨 소재와 설계, 시험, 파워트레인, 전자화된 12.3인치 클러스터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가 조합된 자체 기술을 활용해서 2013년 11월 제네시스 2세대 모델인 G80(2016년 7월)을 출시하게 된다.

제네시스 2세대 차종은 탄탄한 차체를 기본으로 동력성능과 안전성, 승차감 및 핸들링, 정숙성, 내구성 등 5대 기본성능과 디자인을 글로벌 명차인 독일 벤츠, 아우디 수준으로 끌어올린 승용차다. 브랜드 명칭을 제네시스로 결정한 이유는 성능,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진보와 혁신을 지속해 대한민국 최고급 승용차의 신기원을 열어 간다는 의미가 있으며,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향상된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2018년 1월에 강남 부자들인 고객을 대상으로 강남구 대치동에 독립매장인 ‘제네시스 강남’을 개설하고 수도권 갑부들에 대한 영업을 강화했다. 그리고 후속 모델인 초대형 럭셔리 모델인 G90을 2015년 12월 9일 출시하면서 고객들의 선택 폭을 다양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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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X 스피디움 쿠페 콘셉트카. (제공: 현대차그룹)

또한 현대차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고 더욱 단단해진 승용차 및 SUV 차종을 보유하게 되면서 소형부터, 중형, 대형, 초대형 차종에 이르는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가는 진정한 글러벌 자동차회사로 발전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20년 자동차 명예의 전당(1939년에 설립된 기구로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토대로 자동차산업과 모빌리티 발전에 중대한 역할과 기여를 한 인물을 엄선함)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어 새로 선임된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 단독으로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면담한 바 있다. 현대차가 미국과 약속한 파격적인 투자(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자동차 년 30만대 규모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100억불 투자 등)를 통해 이른 시일 내로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이기고 세계 1위 자동차회사로 등극 되기를 앙망한다.

(정리 = 유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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