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알뜰폰과 제휴 시작
선발주자, 국민은행의 ‘리브엠’
“금융권, 통신 시장 본격 진출”
“출혈경쟁 초래, 가격 규제해야”
알뜰폰협회 “금융권 진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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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KT망을 사용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해 전용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한다. (제공: 신한은행)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향한 기존 통신 사업자들의 위협 사격이 거센 가운데 신한은행이 알뜰폰과의 제휴를 시작했다. 이에 통신 시장을 향한 금융권의 속내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린다.

신한은행은 지난 8KT망을 쓰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를 체결하고 알뜰폰 요금제 12종을 출시했다.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KB국민은행과 달리 KTKT 망을 사용하는 사업자와 제휴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협업 대상은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스테이지파이브 세종텔레콤 등 4곳이다. 이 중 세종텔레콤을 제외하면 카카오, KT 등 대기업 계열사다.

신한은행의 알뜰폰 요금제의 특징은 모바일뱅킹 앱 신한 쏠(SOL)’과 결합된 점이다. 신한은행이 알뜰폰 사업자에게 요금 자동 전산 시스템을 제공하면 알뜰폰 사업자는 신한은행 플랫폼에서 요금제를 영업할 예정이다. 고객은 신한 쏠로 이용요금을 자동이체 납부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입 취지와 관련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실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었다기보단 쏠을 통해 마케팅이 어려운 알뜰폰 중소업체들을 돕는다는 개념이 맞다제휴 이벤트는 통신쪽 말고도 헬스케어 등 여러 회사와 자주 하는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한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입은 단순 제휴 방식이기에 알뜰폰 시장에 브랜드 KB리브엠을 통해 직접 진출한 KB국민은행과는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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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영등포 지점. (제공: KB국민은행)

하지만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를 만지작거리는 만큼 신한은행을 비롯한 많은 은행권이 추후 알뜰폰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초기부터 알뜰폰에서 일한 한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알뜰폰 시장 간 보기에 돌입했다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너무 잘하고 락인효과를 누리게 되니 더는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금융권의 통신 시장 엿보기에는 통신업과 금융업의 시너지가 좋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 관계자는 금융 상품과 통신 상품은 매달 후불 결제로 이뤄지는 등 정산 방식이 같기 때문에 할인해주기도 좋고 연계 상품을 내놓기에도 좋다. 아울러 금융 시장에서도 가입 혜택만 누리고 다른 금융사로 이동하는 고객(체리피커)이 많기 때문에 (통신 상품이) 이들을 붙잡을 방안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통신 상품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금융권이 통신을 수익 사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락인 효과를 누리려는 거지 통신 사업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닌 만큼 도매대가 아래로 요금제를 내는 등의 후려치기’가 가능하다이렇게 되면 정말 통신으로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제재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입장에서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 사업자가 늘어나니 좋다통신 3사 자회사와 중소 사업자만으로는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으니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온다고 하면 마다할 리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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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알뜰폰 스퀘어에서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에서 환영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때문에 기존 사업자 특히 중소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이미 통신 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금융권마저 진출하게 된다면 막강한 자본력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소 알뜰폰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고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 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금융기관들이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며 알뜰폰 사업에도 진출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했다. 

협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의 개정 등 관련 제도의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금융기관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또 현행 법규에 규정된 도매대가 산정방식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사에 지불하는 도매대가가 지나치게 높아질 뿐 아니라 교환설비나 전송설비 등 중요한 설비에 대한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져 설비기반 알뜰폰 사업자의 등장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현재 알뜰폰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조성하기 위한 확실한 제도가 없다”며 “대기업이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매대가 이하의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과도한 경품과 사은품을 지급하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를 유인해 가도 중소기업은 대항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당시)에게 KB리브엠의 재인가 취소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KB리브엠의 과다 사은품 제공 및 원가 이하의 덤핑 수준 요금 할인 중단과 서민 대출이자 수익을 통신 시장에 전이하는 시장질서 왜곡 행위 등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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