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재용·신동빈 등 기업인 사면 한목소리
법무부, 광복절 특사 명단 이달말 확정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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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계열사 간 부당합병 의혹 관련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14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8.15 광복절을 한달여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의 특별사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8.15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주요 인사를 중심으로 기업인 사면 관련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재계뿐 아니라 정치권, 종교계에서도 기업인들의 사면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8월 17일)과 맞물린 이번 광복절을 계기로 국민 대통합과 경제 회복을 위한 특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법무부는 현재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 명단을 추리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대상을 확정하고 다음달 초 심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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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022.5.20 (출처: 연합뉴스)

◆ ‘사면’ 대통령 권한… 복합위기 극복에 필요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8.15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 사면 대상에 누가 포함될지는 저도 알 수가 없다”며 “다만 일반론으로 말하면 역대 모든 정부가 집권 1년 차에 8·15 사면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현 1987년 헌법 체제 후 모든 대통령이 그랬고 통상 한 정권에서 7번 내지 많으면 10번 정도 사면이 단행됐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모든 역대 정권의 집권 1년 차 대대적 사면 이유는 국민통합,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에도 경제·민생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인에게 좀 더 활발히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경제인 사면 가능성에 대해 “사면은 대통령께서 하는 통치권적 차원의 권한”이라며 “어느 정도의 처벌 내지는 그런 어려움을 충분히 겪었다고 판단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우리 경제나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도 어긋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업인 사면에 대한 신중론을 보이며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지만, 여권에서는 적극적으로 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촉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대통합’을 위해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다. 홍 시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경제계 인사를 대사면해 경제 대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도 지난달 29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 글로벌 공급 위기에서 촉발된 퍼펙트스톰이 몰려온다”며 “경제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부회장은 물론 여야를 떠나 대사면을 검토해야 할 때”라며 국익 차원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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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개최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천지일보 2022.07.13

◆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 한목소리
정치권뿐 아니라 재계에서는 꾸준히 기업인들의 사면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이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복권과 관련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기업인을) 좀 더 풀어줘야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면 문제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기업인에게 선처를 많이 해달라는 것이 항상 갖고 있던 입장”이라며 “아무래도 지금 경제가 어렵다 보니 좀 더 풀어줘서 활동 범위를 더 넓게,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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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6.02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지난달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초청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과 신 회장 같은 기업인들의 사면을 적극 검토해줬으면 한다”며 “해외 출입국 제약을 받는 등 기업 활동에 불편을 겪는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 활발히 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도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사면청원대상자 명단에는 이 부회장, 신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재계 경영진이 대거 포함됐다.

경제단체는 광복절을 앞두고도 공동명의의 기업인 사면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종교계 등에서도 사면 요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교회총연합은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내고 “새 정부는 국가적 경제 위기를 앞장서 돌파해온 기업의 지대한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면을 요청했다.

지난달 3일에는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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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2.6.15

재계가 윤 대통령의 선택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제 정세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물가상승) 발생 우려 등 복합위기를 돌파해야 하는데 기업인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를 방문 당시 직접 양국 정상을 안내했다. 지난달에는 11박 12일 동안 유럽 출장을 다녀오며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등을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4일에는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과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부회장을 만나는 등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민간 외교’의 중요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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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 ⓒ천지일보 2022.6.15

여론은 나쁘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기업인 사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50.2%는 기업인 사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특히 기업인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한 국민은 53.1%에 달했다.

이와 함께 최근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에 기업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도 재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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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에서 여섯 번째)과 박형준 부산시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롯데 경영진들이 14일 시그니엘 부산에 설치된 벨리곰 앞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롯데지주) ⓒ천지일보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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