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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무더위만큼이나 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 육거리시장에서 곡물을 파는 상인의 모습. ⓒ천지일보 2022.07.10

지역 곳곳 물가상승에 ‘한숨’

소비자물가 전월대비 0.6%↑

“손님눈치 냉면값도 못 올려”

“식용유값, 체감상 2배 올라”

자영업자 “정부대책 필요해”

[천지일보=전국특별취재팀] 연일 오르는 무더위만큼이나 치솟는 것이 있다. 서민들은 푹푹 찌는 무더위와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5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6.0% 상승했다. 전월대비 농축수산물(쌀 등)은 하락했으나 공업제품, 서비스가는 상승해 전체 0.6%가 올랐으며 전년동월비는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가스·수도가 모두 상승해 전체 6.0% 상승했다.

지난 8일 경기도 평택시 통복시장에서 만난 고옥순(가명, 62, 평택시 세교동)씨는 육쪽마늘을 진열해둔 가게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가게 주인이 “그건 싼 거예요”라고 말을 걸었지만 고씨는 “비싸다”고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반 접 묶어둔 것 같은데 한 접 가격이라 못 사겠다”며 “한 번 생각할 것 두·세 번 생각하고 그마저도 가격을 보면 놀라서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 돌리는 일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같이 물가상승률에 대해 서민들은 몸소 체감하며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이겨낼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전남 담양군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최근 물가상승을 ‘1997년 IMF(외환위기)’에 빗대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어려웠는데 또 경제 전쟁이 시작됐다”며 “IMF 외환위기도 이겼으니 절약하면 이 또한 지나가지 않을까”라고 애써 웃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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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임대로 나온 상가. ⓒ천지일보 2022.07.10

◆지역별 물가상승 모두 “어렵다”

통계청의 지역별 소비자물가지수 동향을 살펴보면 전월대비 충남 1.0%, 제주 0.9%, 부산·대전·세종 등 9개 지역 0.7~0.8%, 인천·광주 0.6%, 서울·대구·울산·경기 0.5%로 각각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를 살펴보면 제주 7.4%, 강원 7.3%, 경북 7.2%, 전남 7.1%, 충남 6,9%, 대구·인천 등 7개 지역 6.1%~6.7%, 대전·울산·경기 5.9%, 부산 5.7%, 서울 5.1% 등 전체 6.0%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르다 보니 지역 곳곳에서는 ‘곡소리’가 나온다.

경상남도 함안에서 창원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최우연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기름값이 ℓ당 1500~1600원이었는데 지금은 2135원 정도”라며 “월급은 그대로이고 안 오른 건 없어 밖에서 밥 먹기도 부담스럽다. 기름을 10만원가량 넣고 출퇴근만 하는데도 얼마 사용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에 사는 이하은(가명, 35, 여)씨는 “김밥 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1500원에서 2배 정도 뛰어 사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진현숙(62, 여, 경기도 처인구 포곡읍)씨도 “물가가 올라서인지 식당 음식 가격도 올랐다”며 “한 달에 한 번은 외식했는데 지금은 외식할 생각을 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광주광역시 첨단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김한범(가명)씨는 “거리두기 해제 후 매출 상승을 기대했는데 물가 폭등으로 재료가 다 올라서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 생각한다”고 마음 속 고민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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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원주=이현복 기자] 강원도 원주시 대형매장에 파와 무우가 진열돼 있다. ⓒ천지일보 2022.07.10

◆“손님 눈치 가격 올리기도 어려워”

기온이 30도가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의정부제일시장의 냉면 가게 아주머니는 팔팔 끓는 솥에 메밀을 삶아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1979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오며 물가상승에 어쩔 수 없이 지난달 1000원을 인상했다. 또 지난달 시장 내 제과점을 연 한 가게 주인은 “시장 특성상 가격을 높이 매길 수 없다”며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부산 서면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재헌(35, 남)씨는 “재료가격이 평균 20~30% 올라 어쩔 수 없이 음식값을 올렸는데 일부 손님들은 왜 이렇게 올랐느냐고 물어봐 힘든 상황을 설명한 적도 있었다”며 “대부분 카드결제를 많이 하는데 수수료를 고려하면 가격을 더 올려야 할 판이다.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노점상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정수(가명, 50대, 남)씨는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떨어질까 올릴 수도 없다”며 “경기가 나빠졌지만 충격은 가게 주인이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힘들어했다.

부산시 소상공인지원담당관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어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시에서는 공공요금 부분이라도 최대한 인상을 자제해 소비자물가 충격을 완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곡물을 판매하는 박상희(가명, 70대, 여)씨는 “곡물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손님에게 함부로 가격을 올려받지 못한다”며 “특히 수입콩 가격이 많이 올랐다. 손님에게 가격을 올려받기보다 한 줌 더 적게 준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도넛류를 판매하는 김현숙(가명, 50대, 여)씨는 “밀가루보다 식용유가 무척 올랐다”며 “체감상 2배 이상 같다. 장사한 지 3년 넘었는데 예전엔 한 말에 2만 4000원을 줬다면 지금은 6만원을 준다. 싸게 산 것이 이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식용유값이 뛰다 보니 지금 싸게 사고 있는 구매처에 10통을 달라고 해도 물량이 없어 못 받을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계속 올라 1월에 가격을 한 번 올렸는데 또 올리기엔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주변 점포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들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고 속상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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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경기도 통복시장 반찬가게에서 손님들이 반찬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10

“물가상승에 식자재 사기 부담”

푯값 올라 영화 관람도 고민

“기름값 상승, 휴가도 못즐겨”

택시기사 “기본요금 안 올라”

쌀 소비량 감소에 쌀값도 ‘뚝’

◆물가상승에 달라지는 소비 현황

물가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소비자들의 물가 소비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경기도 통복시장 반찬가게에서 만난 김슬기(가명, 36)씨는 “원래 집에서 반찬을 만들어 먹었는데 물가가 올라 식자재 사기가 부담스럽다”며 “버려지는 음식도 아까워서 반찬가게에서 사 먹게 된다”고 변한 생활을 설명했다. 

충북 육거리 시장에 장을 보러 온 주부 최현아(가명, 60대, 여)씨는 “장을 볼 때 부담된다. 월급은 한정돼있고 물가는 오르니 최대한 아끼면서 볼 수밖에 없다”며 “더워서 외식을 어쩔 수 없이 하기도 하지만 되도록 집에서 먹고 (외식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가를 즐기고자 영화관을 찾는 시민들은 많지만, 물가상승으로 말미암은 영화 푯값 인상도 부담을 주긴 마찬가지다.

광주 충장로의 경우 성인 기준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이다. 롯데시네마에서 만난 장하나(가명, 20대, 여)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고민 없이 봤는데 지금은 가격 때문에 망설여진다”며 “통신사 할인이나 할인 카드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수박을 사러 나온 시민들은 비싼 가격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강원도 원주시 한 마트에서 수박을 고르던 박상환(가명)씨는 “특가세일이라고 해서 왔는데 2만원이 넘는다”며 “절반 잘라서 파는 수박을 사거나 작은 애플수박을 주로 사먹는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의 한 마트에도 사람들은 붐볐으나 비싼 가격에 장을 보기보단 더위를 식히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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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광주=서영화 기자] 광주광역시 한 주유소에 기름값이 기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2.07.10

◆기름값 부담에 휴가 멀리 못 가

여름휴가가 다가오고 있지만 이 또한 물가상승 원인으로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백화점 분위기도 비슷했다. 경기도 의정부 신세계백화점에는 여름을 맞아 모자와 액세서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대부분 값을 보고 놀라며 다시 내려놓거나 이것저것 고르다가 가격을 묻고는 유유히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광주광역시 북구에 사는 전업주부 이선영(52)씨는 “생활에 필수적으로 소비해야 할 물건들이 너무 많이 올라 올여름 가족여행도 보류했다”며 “남편 월급으로 어르신들 용돈 드리고, 교육비와 생활비도 벅차 어디서든 아르바이트라도 하려는데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한 주유소에서 만난 시민은 “휘발유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놀러 가고 싶어도 기름값이 무서워서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하윤(40대, 목포)씨도 “거리두기가 완화돼 가족과 오랜만에 휴가를 떠날 계획이었으나 물가가 너무 올라 집에 있을 계획”이라고 푸념했다.

비싼 기름값으로 택시기사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시 북구 용봉동에서 만난 카카오T 택시기사는 “다른 지역에서는 택시 기본요금을 4000원 이상 혹은 3800원씩 받는데 광주는 3300원 받는다”며 “물가도 오르고 기름값도 급격히 올랐는데 광주만 기본요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광주시에 택시 기본요금을 올려달라는 상정안을 올렸다”면서 “택시기사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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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충북 청주시 육거리시장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10

◆자영업자 어렵고, 쌀값은 폭락

전남 목포에서 작은 호프집을 운영하는 민호남(가명, 40대)씨는 “단골손님이 꾸준히 와 겨우 유지하는 형편”이라며 “앞으로도 식자재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겠고 기름값, 전기료, 도시가스도 오른다는데 계속되는 폭염에 손님이 없을 때는 에어컨 켜놓기도 무섭다”고 버거워했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박정훈(가명, 40대, 남)씨는 “물건이 잘 팔려야 납품해서 먹고 사는데 가격이 비싸니 잘 안 팔리고 물건 순환이 안 되니 먹고 살기 힘들다”며 “남는 것도 없는데 비싼 기름 써가면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에서 무화과 농사를 짓는 농장주는 “외국인 근로자 하루 품삯이 16만원 이상”이라며 “양파 작업은 하루 일당을 20만원도 줬는데 일손이 귀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 임금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최저 시급을 논하는데 농가들을 생각해서 외국인 근로자 임금 부분을 일정 금액으로 맞춰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물가의 고공행진과 반대로 쌀값은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주식으로 없어서는 안 될 품목이지만 빵 소비와 외식산업 발달 등으로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의 경우 지난해 쌀 재고량은 1만 3000t이다. 올해 벼농사도 풍년을 예상해 기뻐해야 하지만 쌀 재고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가격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천시 관계자는 “농토는 줄어들고 있지만, 벼 재배기술은 향상돼 수확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며 “쌀 소비를 위한 행사나 축제, 지역기업 위주 쌀 소비 촉진 등 범시민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쌀 소비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미정 김서정 노희주 류지민 서영화 송해인 윤선영 이미애 이선미 이성애 이진희 이현복 전대웅 홍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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