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후 상반기 총 85건 발생
노동부 수사 38건, 송치 12건
검찰 지휘 없어 기소 고작 1건
“법 어떻게 집행할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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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0일째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살인기업 처벌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0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6개월째를 맞았지만 산업 현장에선 여전히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노동부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송치한 ‘크레인 오작동 안전벨트 압착 사망사고’ 등 수많은 사건들이 검찰의 지휘가 없어 기소조차 못하고 있다.

7일 노동부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이 법이 규정한 중대 산업재해는 유해화학물질 함유 세척제에 의한 집단 급성중독 2건 등 모두 85건이 발생했다. 그중 절반가량이 건설업 관련 사건이다.

그러나 노동부에 의해 수사가 이뤄진 사건은 38건에 불과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수는 12건에 그쳤다.

먼저 송치된 사건으로는 지난 3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이동우(39)씨가 동료들과 고철을 옮기는 천장의 크레인 브레이크 교체 작업 중 안전벨트에 몸이 감긴 사고가 있다. 작업 도중 와이어 원통 사이에 연결된 추락 방지용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와이어와 안전 구조물 사이에 끼인 사고로,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또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건인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지난 2월 경남 고성 조선소에서 자재를 나르던 근로자가 숨진 삼강에스앤씨와 3월 작업과정에서 사용된 유독성 세척물질로 13명이 급성 독성 간질환 진단을 받은 경남 김해의 대흥알앤티 대표이사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에 의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현재까지 단 한 건밖에 없다. 유일하게 기소된 사건은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집단 급성중독된 사건이다.

이에 대해 문은영 변호사는 천지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송치된 사건 중 검찰로부터 오직 한건의 기소만 이뤄졌는데 기소뿐 아니라 적극적인 수사지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10만 국민의 입법청원을 통해 제정된 법인 만큼 검찰은 수사와 기소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올해 1월 27일부터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아 노동자나 이용자를 사망이나 부상에 이르게 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기간을 거친 뒤 오는 2024년 1월부터 적용된다. 

종전에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근로감독관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 경찰이 과실치사상죄에 대해 초기 수사를 수행했고, 이에 기초해 검사가 기소하면 법원이 위법 성립 여부를 판단했다. 

반면 이러한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조차 사업주에 대해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그 결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규정만으로는 범죄억지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처벌의 정도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점 외에도 경영구조가 중층적으로 형성된 대규모 회사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대표이사 등 상위 경영진을 소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는 점도 범죄억지력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이후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졌고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에 이어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다.

이에 대해 강은희 변호사는 “새롭게 제정된 중대재해법이 단순히 경영책임자의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처벌을 통해 궁극적으론 기업으로 하여금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같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적·체계적 안전장치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본래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많은 구성원들이 노력한 결과로 탄생한 중대재해법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는 법률을 만든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다. 법률의 효력은 제정이 아니라 그 집행에 달려있기 때문”이라며 “노동부와 검찰·법원 등 수사 및 사법기관들이 중대재해법 취지를 잘 살리도록 법을 적용 집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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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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