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중국전문 대기자
매년 10월 10일은 우리나라에서 임산부의날이다. 10월의 풍요로움과 임신 10개월을 상징으로 삼아 이날을 우리나라는 임산부의날로 지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날을 잊고 지나가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의미로 10월 10일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웃의 중국에서는 쌍십절이라고도 불리는 경축일이며, 근자에 와서는 역사적 의미가 한층 중시되는 날로 양안(兩岸)의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일련의 활동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대륙과 대만에서 같은 날이지만 다소 역사적 해석을 달리하며 국가적으로 큰 행사들을 진행한다.

원래 쌍십절은 1911년 10월 10일 중국 우창(武昌)에서 발생한 봉기에서 연유한다. 한족에서 봤을 때 근 300년 동안 중국대륙을 지배했던 청나라의 만주족 전제정권에 항거한 봉기의 날이다. 이를 기화로 신해년에 일어났기에 신해혁명(辛亥革命)이라고 부른다. 동시에 중국역사에서 2000여 년간 계속된 전제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이때 중국국부로 불리는 쑨원(孫文)총통의 중화민국 초대정부가 세워졌다. 이 정권은 1912년 1월 1일 난징(南京)에서 시작된다. 이후 국․공내전에 패배한 국민당은 대만으로 도망가 그곳에 국민당 정부를 세웠다. 물론 대륙은 공산당이 지배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다. 그러나 중화권에서는 83일이 앞선 1911년 10월 10일을 기념일로 축하한다. 하지만 양안의 쌍십절을 보는 시각은 다소 다르다.

먼저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을 보자. 10월 10일 하루 앞서 10월 9일 천안문광장 맞은편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신해혁명 100년을 기념한다는 의식이 성대히 거행됐다. 보통 주석(主席)단에는 중국국기나 중국을 상징하는 휘장이 걸려 있는데, 이날만은 초대형 쑨원의 초상화가 인민대회당을 압도했다. 그동안 와병과 사망설에 휩싸였던 전 주석이며 현재 중국 중앙정계의 막후 실력자인 짱쩌민(江澤民)도 1년 6개월 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났는데, 바로 100주년 기념식장에서 예상치 못한 등장이었다. 중국의 모든 실력자가 총출동한 자리가 신해혁명 100주년 자리인 것이다.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일을 기해 양안을 망라해 중화권의 정통성은 중국대륙에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발언을 보면 “중국 공산당은 신해혁명의 과제를 완수한 계승자”라고 하면서 “쑨원의 이상인 중화민족의 부흥을 공산당이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공산당과 내전으로 패배해 대만성으로 도주한 현 대만의 국민당 정권은 1911년 10월 10일을 건국일로 지정하고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로 대만성에 자유민주국가를 세워, 한때 아시아의 4룡이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경제부흥국으로 성장시켰다. 대만은 쑨원의 민주·민권·민생이라는 삼민주주의 정신을 기반으로 국민의 경제문제를 일찍이 해결함은 물론 세계에서 보기 드문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국가모습을 만들어냈다. 현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얼마 전 10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대륙에서 의도적으로 과잉해석하는 신해혁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신해혁명은 수단에 불과하다. 혁명으로 현재 대만에 있는 중화민국의 탄생이며 궁극적으로 중화민국을 대륙전체까지 건국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 길로 걸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상과 같이 양안에서의 10월 10일을 보는 온도 차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륙은 G2로까지 불리면서 서서히 세계적으로 자신감이 충만하다. 100주년을 기점으로 대륙중심의 정통성을 포장하여 중화민족의 역사적 부흥을 이끌겠다는 야심찬 거보를 내딛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능히 볼 수 있다. 오히려 대만은 오래전부터 매년 자기들이 건국일로 지정한 날이며 국제적으로 각국의 인사를 초청하여 거행한 경축일이며 올해가 단지 100년이 됐고 이 경축일을 더욱 축하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대륙에 확산시키겠다는 의미이다. 양안에 있어 단지 공통점은 쑨원이라는 지도자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양안의 국부로 칭송받는 위치가 됐다. 다만 쑨원의 이념을 자기식대로 요리하면서 활용하고 있다.

쑨원을 둘러싼 양안 간의 정통성 싸움은 신해혁명 100주년을 계기로 한층 점화되었다. 대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대륙의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를 압도해 정통성을 계승할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대만은 국제적 왜소함의 한계와, 대륙은 인민경제 수준의 제고에 따른 각계각층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하는 한계를 동시에 양안의 어깨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정통성 시비에 앞서 쑨원의 민주 민권 민생의 이념을 제대로 구현한다면 양안 간의 정치적 논쟁은 불필요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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