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아이헤븐(iHeavn)!” “아이새드(iSad)!” 지난주 애플사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그의 지병으로 사망에 이르자 전 세계의 네티즌들이 그의 혁신적인 정보단말기의 이름을 딴 말들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사의 정보단말기들이 모두 ‘아이(i)’로 시작되는 이름을 갖는 것은, 잡스가 살아있는 동안 가장 강조해왔던 말이 혁신이고 그 영단어인 ‘이노베이션(innivation)’에서 첫 글자를 따왔기 때문이리라.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연설에서 “죽음은 삶이 고안해낸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라며 죽음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사고를 강조하였으니, 잡스의 삶은 창조적 혁신 그 자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그가 파란만장한 일생을 통하여 추구했던 혁신은 세 가지 측면에서 우리 시대가 직면한 소통하는 과학에 큰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첫째로, 과학이 인문학과 예술과 소통함으로써 혁신을 이루게 했다. 흔히 잡스를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비유한다.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로 유명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자연과학이라 부르는 해부학과 수학 및 역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재능으로 많은 업적을 남긴 것과 비슷하게, 잡스도 과학을 예술로까지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중퇴한 리드대학은 미국 북서부 최고의 인문대학이었고, 거기에서 배웠던 철학과 서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탁월한 사용자 환경의 밑거름이 되었다. 보통의 엔지니어들이 기계에 모델번호를 부여하는 것과는 색다르게 과일 이름을 붙인 것이 애플이라는 상호를 만든 계기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생명을 가진 기계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잡스의 인문학적 소양이 과학과 잘 조화된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둘째로, 정보통신 시장에서 ‘앱스토어’라는 열린 장터를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에 혁신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한 일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정보통신 업계는 휴대단말기와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를 하나의 서비스로 결합하려는 시도를 해왔고, 주로 이동통신사들이 중심에 서서 업체들을 거느리는 식의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잡스는 ‘아이튠즈’라는 온라인 음악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아이팟 사용자들이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음악 콘텐츠를 쉽게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음악 유통시장을 단숨에 장악해 버렸다. 이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스마트한 정보단말기를 출시하면서 다양한 응용 콘텐츠(앱)에 대해서도 ‘앱스토어’를 통해 콘텐츠 제작자와 사용자 사이에 직접적인 소통을 이루게 하여 정보통신 비즈니스에서의 시장 원리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버렸다.

셋째로, 전화기를 단순한 통화기능에 벗어나 한 단계 진화된 형태의 혁신적 소통수단인 스마트폰으로 정착시켰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이 32.5%이고 2015년에 절반을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잡스의 아이폰이 이러한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게 되면서 휴대전화기가 통화기능 이외에 앱을 활용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되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사람들 간의 주된 소통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소통의 과학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잡스는 인류에게 발명왕 에디슨이나 과학천재 아인슈타인에 비견할 만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 세계가 공인이 아닌 한 기업체의 사장의 죽음에 이토록 아쉬워하고 애도하는 것은 그가 생전에 보여준 창의적 혁신가로서의 면모 때문일 것이다. 죽음을 예견하면서 스탠포드대 졸업생들에게 한 혁신을 위한 당부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계속 갈망하라, 늘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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