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왼쪽부터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왼쪽부터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나토 정상 새 ‘전략개념’ 채택

러 ‘위협’, 중 ‘도전’ 첫 공식 규정

“냉전 이후 억지력 최대 정비”

美, 폴란드에 군단사령부 첫 주둔

러 “우리도 위협 가할 수밖에”

“세력 확장, 전세 바꿀진 의문”

[천지일보=이솜 기자] 유럽과 북미 지역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도자들이 6월 29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이들의 ‘주요 적국’으로 지목하고 중국을 전략적인 ‘도전’이라고 선언한 새 전략개념 문서를 채택했다.

냉전 시대에 만들어졌지만 소련 이후의 러시아를 잠재적 동맹국으로 여기고 중국에 전혀 초점을 맞추지 않았던 군사동맹의 근본적인 변화라는 평이 나온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나토는 아프가니스탄과 발칸반도를 포함한 먼 곳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유럽의 새로운 민주국가에 문호를 개방하는 데 집중해 왔다.

나토 지도자들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깊어지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약화하려는 양측의 시도는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반한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이날 미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승리가 아직 러시아의 손아귀에 있지 않다고 했고 양측은 200명 이상의 전쟁포로를 교환했다고 밝혔으며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국내) 어디서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이틀간 열린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대응을 모색했다. 또한 이들은 전략개념 문서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북유럽 비동맹 국가인 핀란드와 스웨덴에 정식 회원 초청장을 내밀어 나토가 10여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나토는 몸집을 키운 만큼 군사력을 대폭 증강 배치하기로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냉전 이후 억지력과 방어력을 가장 크게 정비하게 되고,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새 병력 수천명이 회원국 8개국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특히 구소련 위성국가들에서의 전력태세를 강화한다. 폴란드에 미 육군 제5군단 전방사령부 본부를 야전지원대대와 함께 상시 주둔시키고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전투여단 수천명을, 발트해 연안국에는 순환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중국은 나토의 움직임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우리는 나토가 아시아태평양에 개입하거나 군사동맹에 기초한 아시아태평양 버전의 나토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구식의 냉전 시나리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재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방문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카스피해 연안 5개국(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그는 기자들과 만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웃으며 경고문을 발표했다. 그는 “만약 그곳에 군사 인프라가 배치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영토에 대해 똑같은 위협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너무나도 분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9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카스피해 연안 5개국(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무크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9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카스피해 연안 5개국(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무크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이유는

많은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나토 헌장 제5조에 규정된 집단 자위권 때문이다. 제5조는 1949년 소련의 균형추로 나토가 창설된 이래 동맹의 초석이었다. 조약의 요점은 특히 군사력이 부족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하는 소련을 저지하는 데 있었다.

또 5조는 동맹국이 없으면 무방비 상태가 될 작은 나라 등 모든 단일 회원국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미군을 포함한 동맹 전체의 자원이 사용될 수 있음을 보장하고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은 이 동맹의 회원국이나 스웨덴과 핀란드는 역사적·지정학적 이유로 동맹에 가입하지 않았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핀란드와 스웨덴은 냉전 기간 중 중립적인 외교 정책을 채택, 소련이나 미국 어느 쪽과도 동맹을 맺기를 거부했다.

스웨덴의 중립 정책은 18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웨덴은 유럽 분쟁에 단호히 개입하지 않았다. 1834년 구스타프 14세는 공식적으로 중립국 지위를 채택했고,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직접적으로는 전쟁에 참가하지 않지만 일부 교전국에 원조를 하는 ‘비교전상태’ 정책을 이어갔다. 스웨덴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긴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소련에 적대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군사동맹에 가입하거나 핀란드 영토를 통해 서방이 공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핀란드-소련 우호조약은 1948년부터 수십년간 연장됐다.

양국의 중립적 행동은 소련의 붕괴로 사실상 끝났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199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고 서방 국가들과 점차적으로 방위 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쟁은 이 과정을 극적으로 가속화시켜 나토 가입에 대한 방아쇠를 당기도록 했다.

러시아가 인구 4400만명, 국내총생산(GDP) 약 5억 1600만 달러, 현역 군인 20만명이 있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용의가 있다면 핀란드나 스웨덴과 같이 더 작은 이웃 나라들에 대한 침공은 막을 수 있겠냐는 우려에서다.

한편 나토의 확대가 전쟁의 판세를 뒤집는 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전투가 모든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디서나 적들은 방어선을 뚫으려고 한다. 그들은 모든 정착촌을 파괴하려 하고, 나중에는 정착촌이 아닌 영토로 들어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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