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혜옥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은 30일 2022년 해외 미디어 동향 2호 ‘해외 미디어는 플랫폼과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하고 있는가’를 발간한다.

이번 보고서는 해외 언론사들의 탈 플랫폼 전략을 유형별로 살펴보고 국내 언론사가 적용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을 제시한다.

첫 번째로 액시오스(AXIOS)와 애플 뉴스(Apple News+)의 전략적 플랫폼 파트너십을 살펴본다. 액시오스는 창간 초기부터 다른 대형 플랫폼의 제안을 거절하고 애플 뉴스에만 뉴스를 공급해왔다. 다른 액시오스 기사와 같은 유형을 가진 ‘스폰서드콘텐츠(sponsered contents)’를 제공하는 액시오스의 수익모델을 애플 뉴스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액시오스는 애플 뉴스를 통해 직접 수익배분을 받는 대신, 자신의 수익 모델이 작동 가능한 공간으로 플랫폼을 활용했다. 이때, 액시오스는 애플 뉴스에 전체 기사의 25~50%는 제공하는 등 종속성·의존성을 최소화했다.

두 번째는 ‘복스 미디어(Vox Media)’의 기술 내재화를 통한 탈 플랫폼 전략 사례다. 복스 미디어는 자체 CMS인 ‘코러스’, 프로그래머틱 광고 시스템 ‘콘서트’, 수용자 분석 시스템 ‘포르테’ 등 타 언론사가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복스 미디어는 수익에 대한 자체 제어가 가능해졌으며, 이 같은 핵심 기술을 상품화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최근 그룹나인미디어와의 인수합병은 복스 미디어 내 e커머스 구매 전환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과 완전한 ‘절연’을 시도한 언론사도 있다. 뉴질랜드 최대 디지털 언론사인 ‘스터프(Stuff)’는 수용자에게 위해가 되는 장면을 거르지 않고 생중계하는 페이스북의 행태를 경험하면서 2020년 7월부터 스터프 그룹의 모든 언론사가 사실상 소셜 미디어에서 존재 자체를 지웠다. 이 과정에서 스터프는 독자의 호응·후원·기부·웹사이트 직접 방문 등을 독려·요청했다. 7개월 후, 오히려 스터프의 순 방문자수는 5% 증가했다. 스터프 뿐 아니라 노르웨이 공영 방송사인 NRK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뉴스 포스팅을 줄여가고 있다.

‘버즈피드(BuzzFeed)’는 수용자가 소비하는 채널, 앱, 플랫폼 등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소셜 미디어 확산을 통한 광고수익 창출을 핵심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온라인 광고 시장의 침체와 동시에 광고 단가에 대해 대형 플랫폼과 갈등이 발생했다. 이에 버즈피드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플랫폼의 중개에서 벗어난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e커머스 전략을 수익의 중심으로 전환했다. 직접 상거래를 주도하는 수익모델을 도입함으로써 버즈피드는 2024년까지 수익 내 커머스 매출의 비중을 거의 31% 수준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다수의 언론사가 대형 플랫폼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을 플랫폼의 클라우드에 비용을 지불하며 사용하는 등 AI 시대는 탈 플랫폼 전략을 다시 약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에도 위싱턴포스트·포브스·BBC 등은 자체 개발 AI 기반 CMS나 기사 생산봇 등의 활용으로 AI 기술에 대한 자율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하고 있다.

해외 언론사의 탈 플랫폼 전략은 플랫폼의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언론사의 생존과 직결된 만큼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위해 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미디어 관련 기술의 핵심 인프라가 전환될 때, 기존 기술 기득권이 약화되는 적절한 시점에 △전환의 공백을 활용하라는 것이 첫 번째 전략이다. 두 번째는 플랫폼의 막대한 권력이 가져오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우려하는 △정부의 규제 프레임 워크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최근 유럽의회에서 합의된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eice Act)’의 통과가 그 사례다. 그러나 △플랫폼을 악마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플랫폼에 대한 악마화는 국회, 정부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기 어렵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플랫폼과의 관계를 재편할 때는 영리한 협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외에도 국내 언론사는 콘텐츠·인터페이스·생산관행·소비관행 등 4가지 층위별로 플랫폼에 어느 정도 종속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보고서에 제시된 해외 언론사의 탈 플랫폼 전략은 냉정한 성찰과 분석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한다.

저자: 이성규 (미디어 스피어 대표)

이성규 대표는 미디어 기술, 비즈니스, 저널리즘에 오랜 시간 천착하며 '미디어고토사'라는 미디어 분석 전문매체를 10여 년 간 운영해 오고 있다. 기자로서 프로덕트 설계자로서 언론사와 포털 플랫폼에 근무하며 국내외 미디어 흐름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관찰해왔다. 메디아티에서 미디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활약하며 뉴닉, 어피티, 디에디트, 긱블 등을 발굴했다. 저서로는 《트위터 140자의 매직》, 《혁신 저널리즘》,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 등이 있으며, 주간경향과 언론중재위원회 디지털매거진 '언론사람'에 칼럼도 매월 기고하고 있다. 신뢰 있는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고자 미디어스피어를 창업했고, 지식크리에이터의 빠른 성장을 돕는 수익다각화 플랫폼 '블루닷'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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