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픽사베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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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임상실험에서 여성 배제되는 경우 있어
남녀 생리학적 차이로 부작용 일으킬 수도
女, 같은 약에 심장질환·두통·발작 2배 더 경험
英정부, 여성 건강 대사로 산부인과 의사 임명

대형 의료 연구 중 일부는 여성을 아예 배제한 채 이뤄지며 남성 기준으로 처방되는 약물들에 의해 여성들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여성들은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겪으며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2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남성 인체 모델로만 자동차 충돌 실험을 시행해 사고 시 여성의 부상이 더 심할 수 있다는 지난달 'BMJ 오픈'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이어, 신약 개발에 있어서도 수십 년간 여성들은 완전히 배제되거나 소수의 경우만 고려됐다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표준화된 사람'인 25세에서 30세 사이 몸무게 약 70㎏의 백인 남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를 여성이나 다른 인종에게 적용한다.

심장병을 예로 들면 2018년 캐나다 연구진의 '순환: 심혈관 상태 및 결과'에 따르면 심장질환을 가진 760만 명 중 47%는 여성이지만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심장 연구를 500번 수행하는 가운데 여성 대상 연구는 단 28%였다.

남성의 실험 데이터를 여성에게 적용하는 이 간단하고 편리한 접근법은 심장병이나 암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고 있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의 치료를 약화시킨다.

2018년 영국 리즈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심장마비를 일으킨 여성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오진의 확률이 50%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심장이 마비된 여성은 적시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를 받거나 심장 전문 병동에 입원해 이후 또다시 발생하는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한 약을 처방받을 가능성도 더 낮다.

이 결과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8200명의 여성들이 그저 남성이 받는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진행한 심장병 전문의 크리스 게일은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 경고했다.

남성과 여성의 DNA는 98%까지 동일할 수 있지만 장기 크기부터 신체 구성까지 성별 간 생물학적 차이는 매우 크다.

평균적으로 남자들은 더 크고 더 무거우며 더 큰 근육량과 더 두꺼운 피부를 가지고 있는 반면, 여성은 보통 더 작고 체지방이 10% 더 많으며 조절되는 호르몬도 다르다.

성별 간에 근본적인 생리적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들이 약물치료에도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여성은 높은 체지방으로 인해 몸에서 약물 성분이 제거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간과 신장이 작아 약물 처리 시간도 더 길다.

이런 경우 여성에게 남성의 기준으로 약을 처방할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심리학 및 통합 생물학 어빙 저커 교수는 "남성 중심의 임상시험에 기초해 약물 처방에 획일적으로 접근하면 여성들은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5000건 이상의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여성과 남성이 같은 양의 약물을 투여받았을 때 여성은 심장질환, 두통, 발작 등 부작용을 2배 가까이 많이 경험하며 이는 보통 사람들이 흔하게 처방받는 약물에서도 일어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만 논란이 될 뿐 이와 관련한 움직임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에서도 임산부는 배제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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