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가 자신의 공방에서 전통채색화를 그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가 자신의 공방에서 전통채색화를 그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6.26

광주서 꽃피운 ‘예술의 혼’ 최희숙 도자기 채색화 작가

코로나19 때 예술혼 불태워
최근 무등갤러리서 ‘개인전’
인형 옷 그려 친구에게 인기
실용적 예술성 적절히 결합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미술대회에 나가면 꼭 상을 받았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희숙이 그림 잘 그린다’는 선생님 말씀에 자신감이 생겨 더 열심히 그렸어요. 도자기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박종훈 교수님(단국대)을 만나 흙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도자기와 그림(전통 채색화)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나가는 최희숙(62) 작가가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작가적 삶의 철학을 담담히 풀어냈다.

최 작가는 “도자기와 그림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며 “그 작업은 (도자기, 전통 채색화) 삼시 세끼 밥을 먹고 잠을 자듯, 언제나 함께해 온 일상이며 나의 생활이자 꿈이고 삶의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도 한국미술협회 회원, 신도예 회원, 무등산 분청사기협회 회원, 전통채색화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문화예술가로서 품위를 지켰다. 또 광주광역시시립 산수도서관 문화강사, 최희숙 공방을 운영하면서 예술의 혼을 불태웠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서 ‘도자기’와 ‘전통 채색화’ 두 분야 작품 개인전을 열어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전시장을 둘러본 이애영(58, 동구)씨는 “두 사람의 전시인 줄 알았다”며 “한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도자기, 채색화)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놀라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도예·전통 채색화)가 부채에 그려낸 아름다운 연꽃과 도자기 작품.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도예·전통 채색화)가 부채에 그려낸 아름다운 연꽃과 도자기 작품. ⓒ천지일보 2022.6.26

 ◆예술적 감수성 ‘끼’ 타고나

도자기는 ‘Live’, 채색화는 ‘Love’를 주제로 열린 전시는 최 작가의 순수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품을 그대로 담아냈다.

우리나라 속담에 ‘될 성싶은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잘될 사람은 어려서부터 남달리 장래성이 엿보인다는 말)는 비유적 표현이 있다. 최 작가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예술적 감수성과 ‘끼’의 발현은 유년 시절 ‘소꿉놀이’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특별한 놀이나 장난감이 귀하던 시절에 친구들이 주문하는 대로 어떤 종류의 옷이든 최 작가의 손에서 척척 그려졌다. 백설 공주 드레스에 맞는 액세서리를 비롯해 작은 소품까지 종이에 그리고 가위로 오려 예쁜 옷을 입혀주는 꼬마 디자이너이자 코디네이터였다.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또 부모님과 가족으로부터 칭찬을 한몸에 받았다. 어떤 사물이든 잘 그리는 아이로 자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꿈을 키웠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도예·전통 채색화)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기 무등갤러리에서 ‘Live’라는 주제로 열린 개인전에 출품한 도자기 작품. (작품명: 환원소성)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도예·전통 채색화)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기 무등갤러리에서 ‘Live’라는 주제로 열린 개인전에 출품한 도자기 작품.  ⓒ천지일보 2022.6.26

최 작가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쉬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는 힘도 초등학교 선생님의 칭찬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며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춘다’는 게 맞다”고 수줍게 웃었다.

최 작가의 그림과 도자기 작품을 보면 정서적 안정감이 느껴진다. 현재 그의 다재다능한 솜씨는 다양한 분야(도자기·미술·천연염색·음식)에서 발휘되고 있다.

그의 공방에는 다수의 도자기와 채색화, 얇은 천에 나비를 그린 작품, 천연 염색으로 만든 다양한 작품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또한 그림으로 장식한 다양한 모양의 부채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크고 작은 다관과 찻잔 세트는 공방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최 작가는 도자기 작업실에서 초벌구이로 만들어 놓은 도자기 상태를 점검하면서 “할머니부터 친정어머니 역시 솜씨가 좋았다”며 모태 예술가의 자부심을 보였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부귀, 영화를 상징하는 최희숙 작가의 전통채색화 목단꽃 부분도.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부귀, 영화를 상징하는 최희숙 작가의 전통채색화 목단꽃 부분도. ⓒ천지일보 2022.6.26

◆오방색… 청색·쪽빛 주로 사용

최 작가의 작품에는 오방색의 하나인 청색, 쪽빛 ‘코발트블루’가 주를 이룬다.

그는 “청색은 나무를 상징하듯 차가우면서도 따뜻함이 있다”며 “강렬하면서 힘 있게 만물이 생성하는 봄을 상징한다. 우주의 빛, 하늘, 바다, 물의 빛을 나타내는 색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작가의 도자기와 채색화 작품에서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색을 많이 사용한다. 흰색과 푸른빛이 감도는 달항아리와 다관, 사발 등 조형적인 아름다움, 풍요와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도자기 작품은 생활도자기로 쓸 수 있도록 실용적인 부분과 예술성을 적절히 결합했다. “사용자가 그릇을 사용하면서 정이 들고 기쁨을 찾아갈 수 있도록 빚어냈다”는 최 작가는 “긴 세월 동안 함께해 온 도자기 빚는 작업과 그림 그리는 일은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생활도자기로 쓸 수 있도록 실용적인 부분과 예술성을 적절히 결합한 최희숙 작가의 청화백자.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생활도자기로 쓸 수 있도록 실용적인 부분과 예술성을 적절히 결합한 최희숙 작가의 청화백자. ⓒ천지일보 2022.6.26

최 작가는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우리 전통 도자기의 빛깔과 그림, 조형성 등을 빚어낸 작품을 통해 달항아리, 백상감과 흙상감을 이용한 작품, 백자 접시에 청화로 그린 옛 그림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시대 이전부터 세계적인 도자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청자, 분청사기, 조선의 백자 등이다. 최 작가가 최근 개인전에서 공개한 도자기 접시에 그린 그림도 푸른색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실험을 거쳐 가장 예쁜 청색을 띠는 ‘청화백자’로 탄생했다.

최 작가는 “청화백자는 전통을 이어 현대인이 좋아하는 그림과 색으로 무궁하게 발전할 수 있는 색”이라며 “내가 살아온 삶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연했다.

끝으로 최 작가는 “작품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치유하고 밝고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전통을 이어가는 도자기를 만들어나가겠다”며 “진정한 사랑의 실천은 편견과 이기심을 버리고 콩 한 조각도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삶의 풍파에서 꺾이거나, 지치지 않고 영향력 있는 작가로 인정받기까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최 작가의 행보에서 긍정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도자기 작업실에서 초벌구이 도자기를 살펴보는 최희숙 작가.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도자기 작업실에서 초벌구이 도자기를 살펴보는 최희숙 작가.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한국화 물감을 사용해 벚꽃을 그린 최희숙 작가의 전통 채색화.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한국화 물감을 사용해 벚꽃을 그린 최희숙 작가의 전통 채색화.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생활도자기로 쓸 수 있도록 실용적인 부분과 예술성을 적절히 결합한 최희숙 작가의 작품 중 차 도구.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생활도자기로 쓸 수 있도록 실용적인 부분과 예술성을 적절히 결합한 최희숙 작가의 작품 중 차 도구 세트.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도예·전통 채색화)가 즐겨 사용하는 진한 청색 빛을 띠는 도자기 작품.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도예·전통 채색화)가 즐겨 사용하는 진한 청색 빛을 띠는 도자기 작품. ⓒ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도예·전통 채색화)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기 무등갤러리에서 ‘Live’라는 주제로 열린 개인전에 출품한 다양한 색감의 도자기 작품. (작품명: 환원소성)ⓒ천지일보 2022.6.2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희숙 작가(도예·전통 채색화)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기 무등갤러리에서 ‘Live’라는 주제로 열린 개인전에 출품한 다양한 색감의 도자기 작품.  ⓒ천지일보 202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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