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출처: 연합뉴스)
알뜰폰. (출처: 연합뉴스)

3사 자회사 점유율, 53.6%
점유율 제한 등 규제 움직임

3사, 찬성·중립·반대로 갈려

“자회사 철수하면 시장 궤멸”

“中企 지원책 계속 모색해야”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정부의 알뜰폰(MVNO) 시장 정책에 대기업 계열(SK텔레콤·KT·LG유플러스)과 중소기업 간 입장차가 첨예하다. 얼핏 보면 대기업 계열 사업자와 중소 알뜰폰이 규제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펴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은밀한 내막이 있다.

24일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이동통신 3사(MNO)의 자회사(SK텔링크,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헬로모바일·미디어로그)의 시장 점유율 제한 등 규제 수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알뜰폰 시장마저 이통사의 독점으로 이뤄지게 된다는 우려에서다.

이통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53.6%로 절반을 넘겼다. 이는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휴대폰 회선 수치다. 앞서 정부는 2014년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진입 조건으로 점유율을 시장의 5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등록 조건으로 걸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천지일보 2019.10.18
이동통신 3사 로고. ⓒ천지일보 2019.10.18

◆통신 3사, 같은 운명이지만 ‘동상이몽’

이통사별로 이 사안을 보는 태도는 천차만별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 철수에 반대하지 않고 있으며 KT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LG유플러스는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한 건데 이마저도 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점유율 제한’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은 통신 3사의 알뜰폰 사업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철수할 의사가 있냐는 말에 증인으로 출석한 SK텔레콤 관계자는 “알뜰폰 자회사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며 “결정이 나면 따르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반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기본적으로 상생이라는 협력 콘셉트를 가지고 중소 회사 상생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답변했다.

당시에 나온 이 답변의 기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중소 알뜰폰과 ‘상생’ 방안을 대거 내놓고 있다. KT는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며 다소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별다른 공식 입장은 없지만 국정감사 때 말했듯 사업 철수까지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의 중소 알뜰폰 상생 방안. (제공: LG유플러스) ⓒ천지일보 2022.6.21
LG유플러스의 중소 알뜰폰 상생 방안. (제공: LG유플러스) ⓒ천지일보 2022.6.21

◆‘알뜰폰 시장 궤멸’ 바라는 SKT?

문제는 알뜰폰 자회사가 철수하면 중소 사업자만으로는 알뜰폰 시장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가 다 빠지고 나면 중소기업만 남은 알뜰폰 시장은 궤멸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며 “이동 3사 자회사를 철수하게 하고 이후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의 자회사를 견제하는 방식으로 알뜰폰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2의 대기업 자회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가 견제하는 모양새다. KDMA은 지난 4월 성명을 내고 리브엠의 철수를 요구하고 같은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서한까지 보내는 등 압박을 가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도 24일 성명을 내고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 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이 죽는다면 이득을 보는 것은 이통 3사다. 기본적으로 이통사와 알뜰폰은 설령 자회사라고 할지라도 가입자를 놓고 제로섬게임을 하는 경쟁 관계다. 이통사별로 셈법이 다른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는 걸로 분석된다. 통신 시장에서 가입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알뜰폰 시장이 커갈수록 가입자를 가장 많이 빼앗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매달 SK텔레콤의 가입자가 약 4만명씩 빠져나가고 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는 이통 3사 간 가입자 점유율이 5:4:3(SKT·KT·LGU+)으로 굳건했다면 지금은 4:3:3 또는 4:3:2:1 등 점점 변화가 보이고 있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알뜰폰으로 인해 기존 시장이 잠식되는 게 불편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봐야겠지만 MNO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법은 알뜰폰 시장에는 썩 좋은 결과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7일 열린 서울 서대문역 알뜰폰 전용홍보관 ‘알뜰폰 스퀘어’에 다양한 알뜰폰이 전시돼 있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천지일보 2020.10.27
27일 열린 서울 서대문역 알뜰폰 전용홍보관 ‘알뜰폰 스퀘어’에 다양한 알뜰폰이 전시돼 있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천지일보 2020.10.27

◆“‘순수 알뜰폰’ 지원책 나와야”

이에 정부의 알뜰폰 시장 정책 방향이 명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와 통신사 간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추진했는데 이 역할을 해온 건 현재 이통사의 자회사들이었다”며 “정부가 원하는 게 알뜰폰 시장 활성화인지 중소기업 살리기인지 가닥을 확실히 잡고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점유율 제한이나 철수보다는 전파 사용료 차별화 등 중소기업을 더 지원해줄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종관 전문위원도 “아예 MNO와 무관하게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MNO 계열로 알뜰폰 사업자를 유지하는 걸 가급적 막았어야 한다”며 “만약 점유율 제한 등 이제라도 방향을 잡았으면 ‘순수’ 알뜰폰 사업자가 클 수 있도록 도매대가를 다시 산정하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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