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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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형벌권은 국가에 위임해 자의적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죄형법정주의에 기초해 적법절차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은 주권자인 전체 국민의 의사에 따라 국가권력이 형성되도록 대의제 민주주의를 규정하면서, 사적인 형벌을 금지하고 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형벌권이 행사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은 국가가 형사절차와 형벌권을 남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당한 권한의 행사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도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형사절차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았음에도 혐의가 없거나 무죄가 되는 경우에도 국가가 보상하도록 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헌법은 제28조에서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됐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해 형사보상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형사보상청구권은 수사결과나 재판결과 범죄혐의가 없다고 밝혀지거나 죄가 없다고 밝혀지는 경우에 이미 발생한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해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형사사건에서 형사피의자나 형사피고인에 대해 국가에 위법한 귀책사유가 발생하면 국가배상제도에 의한 배상이 되지만, 국가공권력이 적법하게 행사됐음에도 형사절차결과 형사피의자가 혐의가 없어서 구속수사에서 풀려나거나 형사피고인이 최종 판결에서 무죄로 결정되면 그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게 된다. 형사보상청구권은 인신구속과 관련해 국가공권력의 행사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청구권이다.

국가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과 달리 국가행위의 적법성에도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청구권이 형사보상청구권이다. 형사보상청구권은 인신구속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보상함으로써 일종의 무과실책임에 대한 손실보상제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형사보상청구권은 적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손실보상이지만, 국가에 대해 적극적인 형사보상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청구권적 기본권이다.

헌법 제28조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형사보상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보상의 범위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헌법규정에 따라 입법자는 형상보상을 위한 조건이나 범위 및 내용을 구체적으로 입법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헌법에 따라 입법자가 형사보상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통해 입법을 요구할 수 있다.

헌법 제28조에 근거해 제정된 법률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은 형사보상청구의 대상, 절차 및 내용에 관해 규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형사보상청구권에 대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은 자에 대해 사후적으로 구제해 주는 기본권으로 실효적인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헌법 제28조는 형사보상의 요건으로 구금됐던 형사피의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은 경우와 구금돼 재판을 받았던 형사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 2가지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전자의 경우에 정상을 참작한 불기소처분에는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고, 후자에는 면소나 공소기각의 재판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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