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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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최고 이슈는 복합위기이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에너지, 자원, 식량, 기후변화 등이 쓰나미처럼 세계를 뒤덮었다. 경제 상황이 가라앉고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국민이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다”며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지난주 서울 광화문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포럼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초청해 개최한 ‘펜데믹 시대의 대한민국 글로벌 전략’이라는 강연에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여러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 사례를 소개했다. 6.25를 극복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다졌고, 중동 건설 진출로 70년대 오일 쇼크를 돌파했으며, 97년 외환위기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는 한·중·미·일 통화스왑, UAE 원전수주 등 국가적 자원확보전략과 국제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현재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기 극복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전략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할 나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아프리카를 지목했다. 베트남은 1만개의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해 그간 전체 국가 경제의 삼분의 일을 담당하는 양적 팽창을 이뤘으나 지난 수년간은 국가전략의 부재로 질적으로는 정체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 9배 크기의 영토와 인구 2억 7천만의 인도네시아는 우리가 앞서고 있는 2차 전지 제조에 주원료가 되는 니켈, 보크사이트나 식용유 생산량이 세계 1위의 자원 국가인데 국가전략을 잘 세워 인도네시아와의 경제 협력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 13억의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는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면서 경제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교역 확대가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무역량 157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1.5% 내외에 불과해 국가전략을 통해 경제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차관의 강연을 들으면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과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의 성공 스토리가 위기 탈출을 모색하는 한국 경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면서 국가적인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이 최근 박 감독을 만나 올해로 100세를 맞는 그의 어머니 생일을 축하하며 ‘백순정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액자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는 그의 인기가 베트남에서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박 감독은 지난달 베트남 U-23 대표팀을 이끌고 동남아시안(SEA)게임 2연패를 달성한 뒤 앞으로는 A대표팀을 지휘하고 후배인 공오균 감독에게 U-23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줬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은 최근 끝난 2023 아시안컵 3차 예선에서 42년 만에 쿠웨이트를 꺾고 본선에 진출, 돌풍을 일으켰다.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사령탑에 부임한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신태용 신드롬’을 일으켰다.

1970년대만 해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한국 축구의 경쟁상대였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한국이 비약적인 경제적인 발전에 힘입어 축구 실력도 급성장하며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루며 탈아시아 수준에 이르렀다. 박항서, 신태용 두 감독은 이런 한국축구의 실력을 발판으로 두 나라에 진출해 성공적인 스토리를 엮어낼 수 있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한국 경제이지만 박항서, 신태용 감독의 성공 사례를 잘 분석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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