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AP/뉴시스]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조리용 등유를 사려는 주부들이 영업하지 않는 주유소 부근에 모여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스리랑카=AP/뉴시스]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조리용 등유를 사려는 주부들이 영업하지 않는 주유소 부근에 모여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남아시아 신흥국 빚에 허덕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 선언

라오스·파키스탄도 위기 심각

부도 배경엔 ‘중국 돈’ 지적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리 경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22일(현지시간) 라닐 위크라마싱하 스리랑카 총리의 선언이다. 이날 스리랑카의 의원은 “남아시아는 식량 부족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상승,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이 남아시아 신흥국의 부채위기를 높이고 있다. 외부충격과 금융문제가 중·저소득 국가들을 강타하며 한국에도 외환위기를 촉발했던 1997년 태국발(發) 아시아 사태 이후 최악의 정치·경제·사회 불안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등은 최근 “스리랑카는 (경제위기를 보여주는) 전조”라며 외채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는 신흥국들의 연쇄 디폴트를 우려했다.

◆스리랑카 식품 물가 상승률 57%

남아시아는 1억 9200만명이 빈곤 속에 있으며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54.2%에서 83.3%까지 폭주했다.

식품 물가 상승률이 57%까지 오른 스리랑카는 대외채무를 갚지 못해 국가 부도를 공식화했다. 휘발유, 우유, 조리용 가스, 화장지를 수입할 비용조차 없는 상황이다. 한 가정 당 줄인 식량 소비량은 평균 70%에 달한다. 최근까지 비교적 편안함을 누린 인구의 15~20%로 추산되는 중산층도 이번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스리랑카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모든 학교가 지난 20일부터 2주간 문을 닫았다. 야당 의원들은 “스리랑카 석유공사는 부채가 7억 달러에 달해 세계 어느 나라나 기관도 연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며 “심지어 현금 거래조차 꺼려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콜롬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 경찰청 밖에서 한 비구니가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최루탄가스를 들이마신 후 바리케이드 옆에 쓰러져 있다.
[콜롬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 경찰청 밖에서 한 비구니가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최루탄가스를 들이마신 후 바리케이드 옆에 쓰러져 있다.

이웃 라오스와 파키스탄도 스리랑카에 이어 디폴트 후보국으로 꼽힌다. 라오스도 스리랑카의 경제 붕괴와 유사하다. 주유소에 길게 늘어선 차량, 현지 통화인 킵이 달러에 약세인 상황, 이에 따른 필수품 가격 급등은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라오스 재무장관은 지난 20일 “2010년과 2016년 국가발전을 위해 빌린 거액의 대출 때문에 나라가 엄청난 빚을 지게 됐다”며 “연간 외채 상환액은 2010년 1억 6천만 달러에서 2022년 14억 달러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남아시아에서 스리랑카 다음으로 디폴트 가능성이 큰 국가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IMF와 파키스탄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부활시키기 위한 통화 정책의 일환으로 세금 징수 목표를 늘리고 지출을 더 줄이는 방향의 회계 연방 예산과 관련된 문제들을 대체로 정리했다.

세 나라의 경제위기가 심화된 데에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육상·해상 실크로드)’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신흥국들에게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아시아 전역에 파문을 일으키면서 저소득 국가들의 불황을 촉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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