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코스트주에서 어린이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집 근처에 서 있다. (출처: 뉴시스)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코스트주에서 어린이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집 근처에 서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프가니스탄 남동부에서 22일(현지시간) 규모 5.9의 강진이 발생, 1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프간 국영 통신사인 바흐타르에 따르면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1천명 이상이 숨지고 16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수색이 진행 중으로, 사상자는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간 주민들은 작년 여름 미군 철수로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지 약 1년 만에 또 시련을 겪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재난은 2002년 9.11 테러로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을 전복시켰을 당시 아프간 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6.1 지진(사망자 1500여명) 이후 최악의 피해를 입혔다.

현지시간으로 새벽 1시가 조금 넘어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는 파키스탄 근처 산악지대였다. 아프간과 힌두쿠시 산맥을 따라 펼쳐진 남아시아의 넓은 지역은 지진에 취약하다. 특히 진원의 깊이가 10km에 불과해 피해는 더 컸다. 얕은 진원의 지진은 더 많은 피해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지진의 충격은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는 산악 지역인 팍티카주에서 가장 심했다. 유엔은 가얀주의 한 구역에서 전체 주택의 70%에 해당하는 주택 1800채가 파괴되고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탈레반 정권의 행정 능력을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해외 원조는 당국자들을 우회해 아프간 대중에게 직접 분배되고 있다.

◆악천후로 수색 작업도 쉽지 않아

이날 외신과 공개된 영상 등에 따르면 지진의 주요 피해 지역 전체는 거대한 무덤과 다름이 없었다. 마을 전체가 묻혔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주민들은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쳐 가족들을 찾고 있었으며 사방에 담요가 덮인 시신이 널려 있었다. 한 주민은 자신의 집 잔해 밖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링거를 맞고 있었으며 일부 부상자들은 헬리콥터로 옮겨졌다.

지진 현장에 갑작스런 폭우와 강풍이 덮쳐 구조대가 수색 및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팍티카 의사들 중 하나인 캄란 칸은 “아직도 마을에는 구호물자나 피난처 없이 부상자 수백명이 있지만 (폭우로) 도로가 침수돼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가얀주 주민인 알림 칸 와파는 “주민의 절반은 잔해를 파고 있고 나머지는 부상당한 가족 때문에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현지 병원에서 뇌진탕 치료를 받고 있는 사피아(2)는 이번 지진으로 가족 18명을 잃었다. 그의 어머니와 할아버지만이 살아남았다. 사피아의 할아버지인 압둘하난 와지르는 “내가 기어 나왔을 때 마을이 파괴되는 모습을 봤다”며 “우리 마을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팍티카의 주민인 무히불라는 주민들이 여전히 희생자들을 발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집이 무너지면서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침대에서 숨졌다”며 “대부분 잔해 아래에서 질식해 사망했으며 피나 부러진 뼈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당국은 약 143억 770만원(1100만 달러)을 지진 피해 지원금으로 배정한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족에게 약 130만원(1000달러), 부상자들에게 약 65만원(500달러)이 각각 지급될 예정이다.

[팍티카=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팍티카주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지진 부상자를 대피시키고 있다.
[팍티카=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팍티카주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지진 부상자를 대피시키고 있다.

◆해외 원조 끊기고·국제기구 철수… 고립된 아프간

탈레반은 국제기구의 도움을 호소했으며 라미즈 알라크바로프 아프간 주재 유엔 주재 조정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엔이 위기 대처에 1500만 달러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이 실향민 가족들에게 구호물자를 나눠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복구 임무를 맡는 것은 사실상 당국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 집권 후 많은 국제구호기구가 아프간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다른 서방세력의 급속한 이탈 속에 작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에 나선 이후 새 정부를 인정한 나라는 거의 없다. 이 단체는 초보수적인 사회 정책을 시행하고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를 제한하며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대부분의 해외 원조와 단절된 채 있다.

과거 아프간 정부 예산의 80% 이상이 해외 원조에서 나오는 등 해외 지원으로 살았던 나라가 탈레반 정권 이후 원조가 끊겨 자금난은 더 악화하고 있다. AP통신은 대부분의 해외 정부가 제재 등으로 탈레반과 직접 접촉하기를 꺼려한다고 전했다.

아프간은 1970년대 내전으로 극빈국이 됐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 인구의 4분의 3이 극심한 가난 속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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