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정면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6.23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정면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6.23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4세기 불상조각 형식을 잘 담아낸 고려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이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지정됐다.

23일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을 국보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국보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靑陽 長谷寺 金銅藥師如來坐像 및 腹藏遺物)’은 고려 후기의 유일한 금동약사불상이자 단아하고 정제된 당시 조각 경향을 잘 반영한 작품으로, 한국불교조각사 연구에 있어 중요하게 평가돼왔다. 특히 발원문에는 1346(고려 충목왕 2)년이라는 정확한 제작 시기가 적혀 있어 고려 후기 불상의 기준 연대를 제시해주고 있다.

고려 후기 불상조각 중 약합(藥盒)을 들고 있는 약사여래의 도상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온화하고 자비로운 표정, 비례감이 알맞은 신체, 섬세한 의복의 장식 표현 등 14세기 불상조각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어 이 시기 불상 중에서도 뛰어난 예술적 조형성을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조각 기법적 측면에서 장곡사 불상이 지닌 예술적 가치 외에 조성발원문은 역사·학술적 가치를 높여주는 자료로서 주목된다. 가로 10미터가 조금 넘는 긴 발원문에는 약 1117명에 달하는 시주자와 발원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는 고려 시대 단일 복장발원문으로서는 가장 많은 인명을 담고 있다.

특히 발원문을 지은 승려 백운(白雲)은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자 ‘직지’로 잘 알려진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1377년)’을 편찬한 백운경한(白雲景閑, 1298∼1374)과 동일인물로 추정되고 있어, 그의 행적을 밝힐 수 있는 또 다른 자료로서 매우 의미가 깊다.

장곡사 불상 제작에는 왕전(王顓, 후에 공민왕) 등 왕족을 비롯해 군부인(郡夫人), 무관(武官), 일반 백성 등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아마도 몽골침탈기라는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무병장수, 전쟁 중에 죽은 친족의 극락왕생을 발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명 중에는 공민왕의 몽고식 이름인 바얀테무르(伯顔帖木兒)를 비롯해 금타이지(金朶兒只), 도르지(都兒赤)처럼 몽고식 이름이 눈에 띄는데, 이는 역사기록 속에서 찾을 수 없는 14세기 중엽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문화재청은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은 미술사 뿐 아니라 불교사, 사회사적 측면에서도 고려 14세기 중반의 역사상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국보로 지정하기에 예술·역사·학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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