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20

이복현 “지나친 이익추구 비판”

예대금리차 공시로 경쟁 붙여

‘관치금융 어게인’ 우려 목소리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합리적인 예대마진 운영을 주문하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사실상 은행을 상대로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예대마진을 축소하라는 일종의 ‘경고’를 날린 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 완화 등으로 국내은행 이익 흐름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당국의 공개적인 압박이 진행되자 일각에서는 ‘친시장’과 ‘규제 완화’를 외쳤던 윤석열 정부가 민간은행에 대한 ‘관치금융’을 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고 있다.

◆시중은행 줄이어 전세대출 금리 인하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부터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p 인하했다. 이 중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0.35~0.36%p, 변동형은 0.30%p 내렸다. 전세대출의 경우 일반전세 0.41%p, 청년전세 0.32%p 각각 낮췄다. 이에 따라 일반전세의 금리는 연 3.03~4.36%로, 청년전세 금리는 연 2.85~3.17%로 낮아졌다.

케이뱅크는 지난 20일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 이후 대출금리 인하 폭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도 앞다퉈 대출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에 적용한 우대금리를 0.1%p 확대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 한도는 대면 기준 최고 1.0%에서 1.1%로 상향된다.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우대금리를 올리면 소비자가 적용받는 최종 대출금리는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금감원장 한목소리로 이자장사 경고

이 같은 은행권의 움직임은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의 ‘이자 장사’에 대한 대대적인 경고를 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20일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함께 협력해나가야 한다”며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도 “예대금리 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취약 차주의 금리 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이 한목소리로 은행 대출금리와 관련한 공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대출금리를 인하하거나 배당을 자제할 것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금융권 안팎의 관치금융 우려에 이준수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은행 대출금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나타낸 것일 뿐 시장 개입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은행 ‘이자 장사’로 돈 불렸다?… 어떻게 보면 사실

물론 이 원장과 윤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현재 대내외적 위기로 차주의 부담이 커졌고,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년간 은행권의 이자 수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합산 순이익 예상치는 4조 30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1262억원)보다 4.42%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별 전망치는 KB금융이 1조 2874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 1조 2438억원, 하나금융 9606억원, 우리금융 8123억원 등 순이다. 은행권 예대금리차도 지난 4월 말 기준 2.35%p(잔액 기준)로 3년 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만 은행권 안팎에선 은행의 이익 증대는 금리인상기에 따른 측면이 크고 해외 은행에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JP모간·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씨티 등 미국 4대 상업은행의 올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67~2.16%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은행(1.49~1.66%)을 웃돌았다.

◆文정부 이어 尹정부서도 ‘배당제한’ 관치금융 나오나

문제는 아무리 생활 경제와 은행권이 연관돼 있다 한들 정부가 나서서 예대금리를 지적하는 것은 자본시장 논리를 무시한 관치금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글로벌 금리 인상과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복합·동시 위기 국면에 처했고,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진단하면서도 “경제 충격으로 인한 신용손실 확대에 대비해 (은행권이) 손실 흡수 능력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상적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선 보통주자본비율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특히 예대금리차에 대해 정부가 지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익잉여금을 늘리기 위해선 배당을 자제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당 제한 권고가 끝나면서 25~56% 수준으로 회복시킨 배당성향을 다시 낮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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