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신임 회장이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KDB산업은행)
2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신임 회장이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KDB산업은행)

노조원 타넘고 불명예 입성

부산 이전, 소통위로 소통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1일 첫 출근에 성공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그간 강 회장은 ‘산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에 본사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강 회장이 간신히 취임식에 성공했지만 노조의 반발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원 대부분이 출근 저지 집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시간에 강 회장이 노조 간부들을 ‘밟고’ 출근을 강행하면서다. 이에 산은 노조는 강 회장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선포하겠다’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다.

산은에 따르면 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27분께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 출근해 취임식을 열었다. 지난 7일 임명 후 2주 만이다.

강 회장은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가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미래의 산업은행은 ▲혁신성장의 디딤돌 ▲경제안보 대응을 위한 대한민국 대표 싱크탱크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KDB ▲그린·디지털·바이오 전환 선도기관 ▲시장안정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가 반발하는 본점 부산 이전 등 현안 사항에 대해 직원들에게 별도의 메시지를 보내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직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하면서 여기서 모인 구성원의 목소리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은 취임식 후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첫 업무지시로 비상 경제상황 대응방안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드러누운 노조원들을 넘어서 출근을 강행하고 있다. (제공: KDB산업은행노동조합)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드러누운 노조원들을 넘어서 출근을 강행하고 있다. (제공: KDB산업은행노동조합)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노조는 “강 회장이 당정의 눈치를 보느라 당당하지 않게 입성하는 길을 택했다”며 날을 세웠다. 실제로 이날 강 회장은 노조원 대다수가 출근 저지 집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사이 간부들이 드러누워 있는 틈을 비집고 본점에 입성했다.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 해도 당당한 출근으로 보기는 어려운 장면인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 및 산적한 현안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와 산은, 산은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출근했다”고 강 회장의 출근 강행에 대해 설명했다.

노조는 “직원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대신, 정부 여당의 눈치를 보며 당당하지 않게 입성하는 길을 택한 낙하산을 어떻게 회장으로 인정하고 따르겠느냐”라며 “직원들을 넘어 입성을 사과하고 지방이전 반대를 천명할 때까지 불복종 운동과 퇴진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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