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군인 로만 라투슈니의 장례식에서 동료 군인들이 조명탄을 들고 있다. 라투슈니는 이지움 근처에서 벌어진 전투 중 사망했다. (출처: 뉴시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군인 로만 라투슈니의 장례식에서 동료 군인들이 조명탄을 들고 있다. 라투슈니는 이지움 근처에서 벌어진 전투 중 사망했다. (출처: 뉴시스)

나토 등 서방 장기전 대비

英총리 “전쟁 피로감 피해야”

전문가들 ‘한국전’ 양상 전망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 우려”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 침공 116일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연이어 나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를 회원국 후보로 추천된 가운데 러시아가 공격을 강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독일 빌트암존탁이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우리는 (전쟁이) 몇 년이나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장기전에 대비해야할 필요성을 선데이타임스에 언급했다. 그러면서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침략자(러시아)보다 더 빨리 무기, 장비, 탄약,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시간은 중요한 요소다. 모든 것은 러시아의 공격 능력 갱신보다 우크라이나가 더 빨리 자국 영토를 방어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을 피해야 한다며 “러시아군이 전진하는 가운데 동맹국들은 오랫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에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한반도 상황처럼 종전 없이 장기 대치 상태를 이어갈 수 있으며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이를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은 1953년 공식적으로 전쟁이 종결되지 않은 채 휴전 협정으로 중단됐던 한반도와 비슷한 상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남북한 경계선(휴전선)에는 중무장한 군인이 배치돼 있고, 갈등 수위가 치솟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이런 한반도의 상황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현재로써는 러시아군과의 교착 상태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WP는 전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점령에 실패했을 때와는 달리 동부 돈바스 전투는 러시아의 군사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진지를 타격하고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으로, 러시아 KA-52 헬기 포탄이 우크라이나의 한 미공개 위치에서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으로, 러시아 KA-52 헬기 포탄이 우크라이나의 한 미공개 위치에서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러, 유럽 가스공급 중단… 의도 우려

러시아, 우크라이나, 동맹들의 동상이몽이 전쟁을 장기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일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침공한 지난 2월 24일 이전에 모스크바에 병합됐던 우크라이나 영토까지 탈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공격을 단념하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러시아군이 돈바스를 점령한 후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들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며 휴전을 제안하는 전략을 내세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무부 한 고위 관리는 WP에 2월 전부터 러시아 침공의 세계적인 파급 효과와 장기 충돌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연이은 제재와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에 더해 이들이 지원하는 신형 무기가 결국 협상을 통해 전쟁을 마무리 짓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랜드코퍼레이션의 수석 정치학자 사무엘 차랍은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 그들의 파트너들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이는 러시아인들이 계속해서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주도록 이끈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의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은 흑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와 터키를 연결하는 ‘터키스트림(튀르크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이달 21일부터 1주일 동안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신화통신은 가즈프롬의 성명을 인용해 “이번 중단은 예정됐던 연례 안전점검 때문이며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사전에 합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흑해의 해저를 경유하는 터키스트림은 두 방향의 가스관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터키 소비자에게 가스를 공급하고 다른 하나는 남유럽과 남동유럽 국가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2020년 1월에 개통된 이 송유관은 매해 315억㎥을 수송하고 있다.

비록 러시아 측에서는 안전점검의 이유를 내세웠으나 이들의 가스를 수입하는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송유관의 공급 중지가 예고대로 일주일 만에 해제될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다. 가즈프롬은 이번주 초 가스터빈 엔진 제조업체인 독일 지멘스가 러시아 제재 등으로 정비 서비스를 제때 제공하지 못한 점을 들어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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