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48)씨가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48)씨가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직접증거 없어 유죄 확신 의문”

1·2심 “바꿔치기 인정” 징역 8년

범행동기 등도 추가 심리 판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경북 구미 빈집에서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알려진 석모(49)씨에게 원심이 선고한 징역 8년형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이른바 ‘아이 바꿔치기’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유죄로 확신하기엔 의문이 남는다는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씨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이 사건 여아(숨진 여아)를 피고인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바꿔치기 된 여아)를 이 사건 여아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있으며 그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앞서 지난해 2월 10일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살 아이가 방치된 끝에 숨지면서 알려졌다. 당시 석씨는 이 사건 여아의 사체를 발견한 후 김씨 대신 사체를 은닉하려다 차마 하지 못하고 자신의 남편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아이의 친모로 여겨진 김모씨를 붙잡았다.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로 김씨는 지난해 8월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그런데 수사 중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검사에 이어 대검 과학수사부 유전자 검사에서 숨진 아이의 친모가 외할머니인 석씨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에 나섰고, 결국 석씨는 지난 2018년 3월 말~4월 초 구미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딸 김씨가 출산한 아이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바꿔치기하고 김씨 아이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빼돌렸다는 피해자는 아직 찾지 못했고, 석씨는 자신은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며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1심은 2018년 3월쯤 석씨가 이 사건 여아를 출산했다고 봤다. 이후 피해자와 이 사건 여아를 바꿨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같은 해 4월 1일 오후 3시 56분쯤 촬영된 사진에서 피해자의 우측 발목에 착용돼 있던 식별 띠가 벗겨져 있는 점, 당시 산부인과에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웠고 신생아실에서 신생아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비교적 용이한 점을 볼 때 신생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결국 1심은 “피고인은 범행을 자백할 경우 피해자의 행방에 따라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움직이지 못하는 과학사실이 있음에도 미성년자 약취, 출산사실을 극구 부인한다”며 “반성 없는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앞으로도 사라진 피해자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이나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유죄 확신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석씨가 피해자의 외할머니라는 점에서 바꿔치기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친권자인 딸 김씨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피해자의 자유·안전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다면 약취행위로 평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바꿔치기를 벌였다는 석씨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바꿔치기할 이유도, 바꿔치기 이후 이 사건 여아를 돌보지도 않던 태도, 여아 사체 발견 뒤 경찰 신고 때까지의 태도 등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8년 3월 31일 자정에 측정한 아기 몸무게는 3.460㎏이었는데 4월 1일 자정에 측정된 몸무게가 3.21㎏으로 줄었던 점에 대해 이런 변화가 이례적인지 여부 ▲식별 띠 분리 가능성 ▲신생아 데리고 가기 위해선 산모가 직접 가거나 산모수첩을 갖고 가야 하는 점 등과 관련한 심리도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아이 사진 ▲신생아 돌봄 과정 ▲이례적인 탯줄 분리 ▲석씨의 퇴사와 재입사 과정 등에 대해서도 심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전자검사 결과의 증명력을 그 증명 대상을 넘어선 사실관계에까지 적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유전자검사 결과가 직접 증명하지 않는 별도의 사실관계인 쟁점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형사증거법의 일반적인 법리에 따라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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